현대ㆍ기아자동차가 내년에는 최근 수년간의 질주를 끝내고 확실한 '감속 경영'을 펼친다. 올해는 공격경영과 숨 고르기를 병행했지만 내년에는 불투명한 시장환경 등에 대비해 철저히 내실 다지기에만 치중할 방침이다. 13일 현대ㆍ기아차에 따르면 두 회사는 내년 경영 계획에서 글로벌 생산ㆍ판매 목표를 비롯해 신차 출시, 설비투자, 마케팅 등 주요 목표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현대차의 한 고위관계자는 "내년 글로벌 생산 목표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인 650만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일단 생산과 판매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아야 투자와 마케팅도 같은 기조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같은 맥락에서 현대ㆍ기아차는 신차 출시도 최대한 자제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확정된 내년 신차는 현대차 'i40 세단' 외에는 없다. 기아차 오피러스 후속인 'K9(가칭)'과 '카니발' 후속 모델도 오는 2013년 이후로 출시 시기를 미룰 가능성이 크다. 내년에는 신차보다는 지난해와 올해 신형 모델을 출시한 소나타ㆍ아반떼ㆍ그랜저ㆍ엑센트 등 주력 차종 판매 확대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신규 설비투자 결정도 최대한 자제할 계획이다. 현대ㆍ기아차의 최근 성장세를 감안하면 내년부터는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 부족이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지만 이럴 경우 3교대 도입이나 혼류 생산 등으로 기존 생산설비의 생산효율을 높여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현대ㆍ기아차가 이 같은 '보수 경영'을 하기로 한 배경에는 국내외 경기와 소비자 심리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미 지난 10월부터 내수 판매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예측 기관들은 내년 내수시장이 올해보다 위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럽의 경기가 최악의 상황에 처한 가운데 미국도 내년 1%대의 성장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중국도 언제 긴축의 끈을 조일지 모른다는 예상 역시 현대ㆍ기아차가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결정하는 데 힘을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무리한 성장 전략이 자칫 해외 시장에서 경쟁 메이커들을 자극해 시장 확대에 변수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ㆍ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외부 환경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확장만을 추진할 경우 언젠가는 관리의 위기가 온다는 경계심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보수경영 기조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품질경영' 방침과 맥을 같이한다는 설명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내년 경영 기조 역시 품질향상과 소비자 신뢰를 얻는 데 집중하라는 정 회장의 지시에서 비롯된 것"며 "돌다리도 두들겨서 건너는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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