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투자협회의 장외시장인 'K-OTC'가 출범 한 달 만에 안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 첫 거래를 한 후 시가총액이 10조원 가까이 늘어나는 등 외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다만 삼성SDS 등 특정 종목에 집중된 거래와 특정 종목 외에 마땅한 투자 대상이 없다는 점은 거래 활성화 유지를 위해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23일 금투협에 따르면 이날 K-OTC는 36조9,705억원 규모의 시가총액을 기록해 출범일인 지난달 25일 27조8,153억원보다 9조원 늘었다. 일일 거래대금도 출범 당시 3억5,302만원에서 21억8,167만원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 거래 종목수도 124개 종목으로 K-OTC 출범 전인 지난 7월 프리보드(58개)보다 2배가량 늘었다. 삼성SDS는 개장 첫날 주당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한 기준가보다 602% 증가한 33만2,000원을 기록하는 등 스타주로 떠올랐다. 삼성SDS의 시가총액은 25조6,121억원으로 거래 첫날 18조4,159억원보다 7조원 이상 증가했다. 삼성SDS의 시총 규모는 유가증권 시장에서 시총 규모 7위인 신한지주(24조7,000억원)보다 높다. 이 밖에도 미래에셋생명·삼성메디슨 등도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김정수 금융투자협회 K-OTC 부장은 "사설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던 종목을 K-OTC 시장으로 끌어들여 투자자들에게 안전하고 편리하게 거래를 할 수 있게 한다는 출범 목표에 근접했다고 본다"며 "아직 확실히 성공이라고 볼 수 없지만 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어 무리 없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K-OTC 시장이 삼성SDS 등 특정 종목 위주로 쏠리는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삼성SDS의 경우 시장 출범 이후 시장 전체 거래대금의 67%를 넘어설 정도로 투자가 집중됐다. 실제 K-OTC 전체 124개 종목 중 33개 종목은 거래 실적이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이미 정규 시장에 상장이 예정된 삼성SDS의 공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투협 관계자는 "삼성SDS 때문에 K-OTC 시장이 활발히 거래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삼성SDS를 대신할 수 있는 기업이 있어야 K-OTC 시장 활성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시장 구조상 K-OTC 시장은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라며 "시장 활성화를 위해 K-OTC에 더욱 많은 종목을 편입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있다면 장외 공모실적이 없는 기업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K-OTC에는 과거 장외 공모실적이 있고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기업만 상장할 수 있다. 현재 이러한 기준에 충족하는 기업은 102개로 거래대상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공모실적이 없더라고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기업 중 주주 수가 1,000명이 넘는 기업들을 K-OTC 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모실적이 없고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기업 중 주주 수가 1,000명이 넘는 기업 중에는 현대엔지니어링, LG CNS, 대우정보시스템·한국증권금융·현대카드 등이 있다.
김 부장은 "이런 기업들이 K-OTC 시장에 상장하면 삼성SDS의 공백은 물론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K-OTC 시장 활성화를 위해 종목확대가 왜 필요한지 논리적 근거를 만들어 규제를 완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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