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유리할수록 유연하게 제3보(25~36) 뤄시허9단. 1977년생으로 이창호보다 2년 연하인데 어려서부터 천재로 이름이 높았다. 며칠 전에 열린 농심배 국가대항전에 중국 대표로 나와서 일본 대표로 나온 조치훈9단에게 쾌승을 거둔 바 있다. 그가 바로 이 바둑의 좌하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난해한 정석을 써서 이겼고 그것이 한동안 화제가 되었다. 최철한이나 안달훈이나 모두 그 수순을 잘 기억하고 있을 터인데…. 안달훈은 뤄시허가 둔 방식을 따르지 않고 실전보의 흑25 이하 35로 두었는데 이 코스가 훨씬 유망해 보인다는 찬사를 받았다. 대국 당시 최철한은 어떤 식의 진행이 되어도 백이 나쁠 이유가 없다고 속단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국후에 고백했다. “주위의 세력이 나한테 유리했기 때문에 벌인 급전이었다. 그러나 나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었다. 세력이 유리할수록 유연하게 가야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왼쪽에 꼼짝없이 잡혀 있는 것처럼 보이는 흑 2점에 아직도 생명이 붙어 있다는 점이 포인트. 나중에 그 돌들이 도리어 백을 잡으면서 부활하게 되는 것이다. 애초에 백은 참고도의 백1로 참아야 했다는 것이 최철한의 연구 결과였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4-12-1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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