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빅3' 대형 생보사들이 방카슈랑스(은행 창구에서의 보험판매) 비중을 앞다퉈 줄여나가고 있다. 이들 보험사의 방카시장 점유율은 1년 새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할 정도다. 수익성 악화 흐름을 벗어나기 위한 채널전략의 일환으로 판단된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삼성생명의 방카 시장 점유율은 7.8%로 최근 1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0월 말(14.3%)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한화생명의 점유율도 5.9%로 지난해 12월 말(9.4%)에 비해 반토막 났으며 교보생명 역시 지난해 11월 말 11.5%에서 5.3%로 추락했다.
대형 생보사의 이 같은 점유율 하락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극약처방이다.
방카는 보험사의 다양한 판매채널 중 수익성이 가장 낮다. 방카시장에서는 주로 저축성보험이 취급되는데 이 상품은 기본적으로 보장성보험에 비해 마진율 자체가 낮다. 또 비싼 수수료를 성공보수로 은행에 지급해야 해서 사실상의 노마진 상품으로 평가된다.
방카를 놓고 보험사들이 '남(은행) 좋은 일 시키는 상품'이란 꼬리표를 붙이는 이유다.
대형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방카의 수익구조를 보면 판매이익 중 보험사가 가져가는 돈은 2에 불과하고 나머지 8은 은행에 지급된다"며 "방카는 일시납을 거의 취급하지 않아 이익기여도가 상당히 낮은데 일부 보험사가 목표량이 채워지면 판매정지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방카시장의 공룡 사업자인 NH농협생명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3월 말 현재 NH농협생명의 방카시장 점유율은 44.2%로 빅3의 점유율 합계를 가볍게 넘어설 정도의 과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NH농협생명이 보유한 방카 채널은 약 5,600개에 달하며 특정 보험회사의 상품 판매비중이 25%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방카 25%룰도 적용 받지 않는다.
과거 생보사들의 주된 영업채널로 활용됐던 방카의 활용가치가 변함에 따라 대형 생보사와 중소형 생보사 간 명암도 엇갈리고 있다. 빅3 같은 대형 생보사들은 방카 비중을 낮추는 대신 법인대리점(GA) 영업을 강화하는 전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대형 생보사들은 전국단위 설계사 조직을 갖추고 있어 방카 축소에 따른 타격도 작다.
그러나 중소형 생보사의 처지는 다르다. 중소형 생보사는 연초 불거졌던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텔레마케팅(TM) 영업위축이라는 후유증을 앓고 있다. TM 외에는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 중소형 생보사들은 기존의 방카 전략을 유지하되 GA 영업을 강화하는 이원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 중소형 생보사 관계자는 "방카 비중이 너무 높아지면 역마진 리스크에 노출되기 때문에 방카올인전략을 쓸 수는 없다"며 "수수료 경쟁을 통해서라도 GA 영업을 강화해야 하는데 대형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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