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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美감정과 국가신용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20일 조사단을 파견해 당초3월로 예정된 국가신용등급 재평가를 위한 정례협의를 앞당겨 실시하기로 했다. 무디스는 북한의 핵문제와 반미감정 등으로 외국인 투자와 교역 등의 측면에서 우리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도 하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촛불시위와 한국내의 반미감정이 고조됨에 따라 한미관계가 악화되면서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최근의 촛불시위와 관련된 반미감정이 국제사회에 왜곡되어 알려지고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지나치게 확대 해석되어 전달되는 것이다. 외환위기 때 경험했던 바와 같이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의 위력은 대단하다. 따라서 만약 한국에 대해 왜곡된 정보가 전달될 경우 실제로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한국경제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가신용등급은 특정국가의 정부가 대외채무를 계약대로 이행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지를 등급으로 표기해 놓은 것이다. 신용평가기관은 국가신용등급을 결정할 때 정치적 위험뿐만 아니라 경제구조, 재정건전성, 물가, 국제수지, 대외채무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정치적 위험은 국가신용등급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이고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적 위험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거시경제나 재정 건전성, 대외채무 지불능력 등이 크게 악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위험이 다소 높아졌다고 해서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으로 보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 생각된다. 첫째, 국가신용등급 결정에는 정치적 위험보다는 기초적 경제여건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둘째,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대화에 의한 해결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며 반미감정도 점차 누그러지고 있어 정치적 위험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우리경제가 다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는 있으나 외환보유고가 크게 확충되었고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등 전반적인 경제여건이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할 정도로 크게 나빠졌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국가신용등급 결정에 앞으로의 전망이 중시되는 것을 고려할 때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무디스의 표면적인 방한 이유는 한국의 정세불안에 대해 해외투자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어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무디스의 실제적인 방한목적은 핵문제나 반미감정뿐만 아니라 거시경제여건, 정권교체 이후의 경제정책 등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디스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을 방문해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설명을 듣기로 한 것은 반미감정과 같이 단기적인 정치현안보다는 한국경제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정책 평가에 더 큰 목적이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무디스는 현안 과제인 북한핵문제나 반미감정의 해결을 위한 정부 방안의 타당성이나 의지를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무디스에 이어 S&P, 피치 등 다른 신용평가기관도 조만간 방한해 경제상황을 평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핵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경제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전달될 경우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무디스의 실사단은 여러 국제신용평가기관 중에서 가장 먼저 한국을 방문하기 때문에 무디스의 평가가 다른 평가기관의 국가신용등급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무디스의 실사단에게 한국경제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반미감정에 대한 정확한 실상을 알리고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대책과 해결의지를 보여줌으로써 한국경제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는 해외투자자를 안심시켜야 할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의 잇따른 방한을 한국경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해외에 알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이한득(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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