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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계 생명보험사 방카서 부진의 늪

금융지주사간 견제로 다른 은행과 제휴 꺼려<br>지난해 초회보험료 급감


은행계 생명보험사들의 방카슈랑스(은행 창구를 통한 보험판매) 영업이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대형사와 방카슈랑스에 특화된 일부 생보사들은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계 생보사들의 경우 방카슈랑스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전문가들은 금융지주사 간 지나친 견제가 은행계 생보사들의 강점을 떨어뜨려 오히려 경쟁 업체들이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6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방카슈랑스의 초회 보험료(최초로 납입한 보험료) 총계를 취합한 결과, 은행계 생보사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신한생명의 초회 보험료 총액은 2,26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6.2% 줄었고, KB생명은 38.7% 감소한 1,792억원에 머물렀다. 우리아비바생명도 2,067억원으로 19.9% 감소했고, 하나HSBC생명은 무려 97.8% 급락한 47억원에 그쳤다.

다만 산업은행 계열인 KDB생명이 전년 동기 대비 15배 늘어난 301억원을, IBK연금보험이 90% 증가한 1,923억원을 올린 게 은행계 생보사의 체면을 살린 셈이다. 하지만 KDB생명은 방카슈랑스에 뛰어났던 금호생명이 전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밀한 의미에서 은행계로 보기는 어려워 IBK연금보험만이 체면치레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선두권 업체들과 전통적으로 방카슈랑스에 강한 흥국생명 등은 실적 호조를 보였다. 삼성생명과 대한생명은 같은 기간 3,751억원과 2,921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보다 각각 37.7%와 44.4% 증가했다. 흥국생명도 같은 기간 13.7% 올랐다.

이 같은 결과는 은행계 생보사들이 다른 은행과의 영업 제휴에 미온적으로 임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계 생보사 간에는 자사상품 판매가 저조해도 경쟁 지주사에 도움이 되는 일종의 해당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담합이 존재한다. 실제 KB생명은 오직 국민은행에서, 우리아비바생명은 우리은행에서만 상품을 팔고 있다. 신한생명도 국민ㆍ우리ㆍ하나은행 등과 손을 잡고 있지 않다. 한 금융지주 계열 생보사 관계자는 "타 은행과 제휴를 넓히려 해도 모두 난색을 표해 어쩔 수 없다"며 "메이저 업체들이 그간 소홀했던 방카슈랑스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어 향후 실적 쏠림 현상이 강화될 소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생보사는 실적 부진이 통계의 함정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이 크게 줄어든 이유는 지난 2003년에 가입한 7년 만기 비과세보험 상품의 만기가 도래해 2010년에 보험 가입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월초 보험료는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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