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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사랑' 연애소설이나 시에 나오는 단어들이 아니다. 은행 점포 이름에 들어간 감성코드들이다. 은행 지점명은 더 이상 위치를 알리는 코드가 아니다. 천편일률적으로 지역 이름을 바탕으로 지점 명칭을 네이밍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지점의 특성을 알리고 이름을 통해 고객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마케팅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작명’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곳은 우리은행. 우리은행은 오는 24일 서울 서초동 법원타운 인근에 문을 여는 신설지점의 이름을 ‘서초사랑지점’으로 이름을 지었다. 서초사랑지점은 우성아파트를 비롯한 아파트단지 밀집 지역의 서초우성쇼핑센터 1ㆍ2층에 둥지를 틀 예정. 주고객이 주부들이다 보니 ‘사랑방’ 역할을 맡겠다는 지점장의 의지가 지점 이름에도 반영됐다는 게 우리은행 측의 설명이다. 프라이빗뱅커(PB) 출신에서 승진해 처음 지점장으로 부임한 이현숙 우리은행 서초사랑지점장은 “당초 채널기획팀에서는 동서초지점으로 이름을 지었다”면서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 본사에서도 망설였지만 신세대 컨셉트에도 맞고 서초 지역에서 사랑받는 지점이 되겠다는 뜻이 좋아 채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이 이처럼 지점 이름 작명을 감성 마케팅으로 적극 활용하게 된 것은 지난달 문을 연 ‘행복지점’의 반응이 워낙 좋았기 때문. 충남 연기군 행정주심복합도시에 문을 연 행복지점은 ‘행정복합도시’의 줄인 말인 ‘행복’을 채택했다. 여기에는 미래지향적인 이미지의 점포명처럼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최고의 금융 파트너로 행복을 주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우리은행의 세번째 감성 네이밍은 내년 초에 문을 열게 되는 충남 천안의 ‘야우리지점’이다. 천안시의 중심가에 자리잡아 젊은층 고객이 상대적으로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인 만큼 ‘young age’의 약어인 야(YA)와 ‘together’의 뜻을 가진 우리(Woori)가 결합된 ‘야우리’지점으로 이름을 확정했다. 표명수 우리은행 채널기획팀 대리는 “향후 개점되는 지점은 단순한 지역명을 반영한 명칭보다는 고객들이 부르기 쉽고 의미가 담긴 감성점포명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이 같은 시도가 다른 은행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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