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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 증후군] 이유없이 건강이상땐 의심을
입력2004-01-07 00:00:00
수정
2004.01.07 00:00:00
박상영 기자
`가족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새집만은 피하라.`
최근 SBS가 화학물질로 오염된 집안 실내공기로 인한 건강폐해를 고발한 `집이 사람을 공격한다`가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결과 시청률 20.2%) 실내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새집에 입주한 이후 이유없이 온몸에 붉은 반점이 나고 비염ㆍ아토피성피부염ㆍ두드러기ㆍ천식ㆍ심한 두통ㆍ기관지염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린다면 `새집증후군`이나 화학물질과민증(MSCㆍMultiple Chemical Sensitivity)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사를 하기 전 각종 알레르기성 질환을 앓고 있었던 환자라면 대부분 악화의 길을 걷는다. 이처럼 이사 후 건강에 이상이 생기거나 악화되는 것은 마감재와 건축자재 등에서 배출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란 대기중 상온(섭씨 20도)에서 가스형태로 존재하는 유기화합물의 총칭. 밝혀진 숫자만도 수백 종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 산업의학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여기에는 대부분 발암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벤젠을 비롯해 톨루엔ㆍ클로로포름ㆍ아세톤ㆍ스틸렌ㆍ포름알데히드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건물을 신축한 후 6개월 때 가장 많이 배출된다. 외국에서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마룻바닥이나 타일을 붙일 때 쓰이는 접착제 등에서는 시공 후 최장 10년까지 유해물질이 방출돼 건강위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과는 달리 실내 화학물질의 농도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나 보건당국ㆍ의료계ㆍ업계 할 것 없이 먼산에 불구경 하듯 바라보고만 있다.
새집증후군의 경우 일정기간 환기를 잘 하면 증세가 사라진다. 그러나 일부는 화학물질과민증으로 악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는다. MSC 환자로 악화하면 치료자체가 불가능한데 인쇄물(책)은 잉크 냄새만 맡아도 두통이나 발열ㆍ피부발진ㆍ손떨림 등이 나타난다.
평소 사용하고 있는 치약이나 비누ㆍ세제의 경우 냄새만 맡아도 정신이 혼미하고 시트커버 등 화학물질로 내장된 자동차는 탈수가 없다. 외국의 경우 이들 환자들은 도시를 벗어나 가족중심 생활을 하면서 `화학물질과민증클리닉`에서 정기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새집증후군이나 MSC에 대한 경고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지난해 6월 경원대 윤동원(건축설비학과) 교수는 서울 대형평수(60평) 아파트를 건축중인 건설회사 의뢰로 아파트 실내공기 성분을 측정한 결과 휘발성 유기화합물 총량이 ㎥당 최고 1.6㎎이 검출되었다면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는 유럽과 일본의 허용 기준치인 ㎥당 0.4㎎의 4배에 해당되는 수치. 특히 접착제나 가구 등에서 배출되는 포름알데히드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최고 800ppb(1,000ppb=1ppm)가 검출되었는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나 일본의 허용기준치 보다 무려 10배나 많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산업의학 전문의들은 “새집에 입주하면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 등 질병에 시달릴 경우 수맥이 흐르거나 기의 흐름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는 일부의 주장도 사실은 새집증후군이나 화학물질과민증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집안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유기화합물을 마실 경우 건강이상을 일으킬 수 있고, 특히 노약자들에게는 더 심각한 건강위해 요인으로 다가온다. 이상증상은 실내장식과 가구를 완벽하게 갖춘 집일수록 더 심각하다.
당시 윤 교수는 아파트의 침실 거실 주방 욕실 등을 나누어 조사한 결과 휘발성 유기화합물 총량은 ㎥당 침실 1.6㎎, 주방1.5㎎, 거실0.9㎎ 등으로 나타났다. 마감재와 건축자재 호화내장재 등에서 엄청난 화학물질이 배출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특히 단열성능이 향상된 건축기법은 궁극적으로 실내공간의 밀폐를 가져와 공기오염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의학 전문의들은 “휘발성 화학물질을 건축자재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자주 환기를 시켜 부작용을 최소화 해야 한다”면서 “건강보다 화려한 외관을 추구하는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건강을 더욱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집증후군ㆍMSC 어떻게 예방하나
새집으로 이사를 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이사를 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설비비용은 좀 더 들더라도 순수자연 마감재를 사용하면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중에는 순수자연 마감재라고 하면서 화학물질이 들어간 상품이 많기 때문에 꼼꼼하게 살펴보고 선택해야 한다.
이사를 앞두고 있다면 입주 전에 꾸준하게 실내공기를 환기를 시켜 유기화합물을 최대한 배출시킨다. 새로 집을 장만한 가정이라면 가족들이 유기화합물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므로 24시간 환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화초를 기르거나 수족관을 설치하면 심리적 안정감은 얻을 수는 있으나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내공기보다 실외 공기가 더 오염되었기 때문에 창문열기 겁난다거나 얼마동안만 신경 쓰면 괜찮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국내의 경우 어디에 살고 있더라도 실외 공기는 새집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기화합물 보다는 훨씬 깨끗하다. 그리고 유기화합물은 최장 10년간 뿜어져 나온다.
그런 점에서 노약자나 유아ㆍ어린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은 공기청정기를 별도로 설치하는 등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알레르기성 코질환이나 피부염ㆍ기침ㆍ천식 등 최근 들어 각종 질병이 어린이들에게 만연하고 잘 낫지 않는 것은 집안 환경 자체가 오염되었다는 반증이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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