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추진했던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이 '국민정서법'에 가로막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올 초부터 공론화 작업을 벌여 누진제 개편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2월 중순이 다가오는 지금도 누진제 개편 일정은 전혀 잡지 못하고 있다. 전기 소비 패턴 변화로 누진제 개편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올해에는 지방선거까지 겹쳐 있어 자칫 서민층의 반발을 부를 수도 있는 전기요금 합리화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산업부와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전기 사용량에 따라 6단계로 설정된 전기요금을 2~3단계로 축소하는 방향의 누진제 개편이 정부와 정치권의 눈치 보기와 맞물려 난관을 맞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체계는 가장 비싼 6단계의 요금이 1단계의 11.7배에 달한다. 최저와 최고 요금 구간의 차이가 일본(1.4배), 미국(1.1배), 중국(1.5배)에 비해 과도한 측면이 강하다. 똑같이 생산된 전기임에도 1단계 요금은 사실상 원가의 절반 수준에 공급하는 반면 4단계 이상의 요금부터는 벌금 수준의 요금이 따라 붙는다. 절전을 유도하기 위해 너무 지나치게 단계별 요금 차이를 벌린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에 따라 현행 6단계인 요금 체계를 2~3단계로 축소하고 단계별 요금 차이를 줄이는 방향의 누진제 개편을 지난해부터 모색해왔다. 하지만 매번 저소득층이 사용하는 1~2단계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문제에 부딪혀 누진제 개편의 동력이 상실되고 있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누진제 개편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 원가의 절반 수준인 1단계 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정부는 에너지 바우처제도 등을 통해 서민층의 요금부담 증가를 완화할 방침이지만 정치권 입장에서는 서민 전기 요금이 오른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최근까지도 누진제 구간을 2단계로 대폭 축소하는 대신 저소득층에게 전기요금을 할인해주거나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새누리당은 서민층의 요금 부담이 증가되는 요금 체계 자체에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2월 임시국회가 본격 가동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달 중으로 당정의 누진제 개편 논의가 다시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눈치 보기가 더욱 심해지는데다 정부 입장에서도 여당에 부담을 주는 정책을 대놓고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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