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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가기 문화 언제까지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피해지역의 상처를 보듬는 각계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구호물품 지원과 성금기부, 몸으로 뛰는 임직원 자원봉사 등 저마다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원방안을 내놓으며 앞날이 막막하기만 한 이재민들에게 큰 힘이 돼주고 있다. `○○업체 성금 ○○원, 구호물품 ○○상자.` 듣기에는 간단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숫자들이지만 간단명료한 수치들 속에는 회사측의 적잖은 고민이 배어 있다. 연휴 후 출근 첫날, 한 식품업체에 수해지원계획을 묻자 회사의 한 관계자가 말했다. “일단 삼성이나 LG, 현대 같은 대기업이 어느 정도 지원할지 계획이 나오고 그에 맞춰서 다른 대기업들도 플랜을 내놓으면 거기에 따라 최종 결정을 해야죠.” 기업으로서의 도의적 책임과 봉사정신, 여기에 침체된 경영사정과 기업 규모에 걸맞는 체면이 뒤얽힌 복잡한 함수관계를 풀어야 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상위 그룹의 움직임에 맞춰 적정선을 찾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이다. 기업들의 안전하게 `따라가기`는 각 업체들이 내놓는 신제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우유 코너에는 `검은 콩`이, 주스 코너에는 `망고`가 비슷한 맛에 비슷한 이름과 포장으로 즐비하게 늘어섰다. 업체마다 한두 가지씩은 죄다 유사제품을 출시해서 이제는 무슨 제품이 어느 업체 제품인지 구분도 가지 않는다. 패션업계도 마찬가지. 올초부터 붐을 형성한 `감성 캐주얼`은 불황에도 장사가 된다는 인식과 함께 모든 캐주얼업체의 공용 키워드가 됐다. `남들과 다른 멋`을 추구하는 데서 시작된 분야였건만 너나없이 비슷한 제품들을 쏟아낸 덕에 톡톡 튀던 `감성`의 색깔은 점차 빛이 바래간다. 다른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가 안 좋다 보니 모험을 할 수가 없습니다. 큰 업체에서 먼저 시장을 치고 나와 반응이 검증되면 따라 들어가는 거지요. 후발 주자이다 보니 큰 이익을 못 내도 어느 정도 안정된 장사는 되거든요,” 위험부담 없이 안정된 수익을 남길 수 있으니 이보다 더한 전략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한 덩어리가 돼서 이리저리 몰려 다니는 사이, 식상한 소비자들의 틈새를 파고드는 것은 과연 누구일까. <신경립기자(생활산업부)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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