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동부제철은 전날 대비 14.39%(300원) 내린 1,785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KDB산업은행이 그동안 회사채 만기 상환을 지원하던 것을 접고 자율협약을 통해 기업 정상화에 나서기로 한 것이 동부제철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채권단이 사실상 경영에 관여하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율협약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난항을 겪을 경우 보다 강도가 높은 워크아웃으로 전환될 수 있고 일각에서는 법정관리로 들어갈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날 동부건설 역시 하한가를 기록했고 동부로봇(090710)(-11.07%)과 동부하이텍(000990)(-10.03%), 동부증권(016610)(-3.96%), 동부화재(005830)(-1.62%), 동부라이텍(045890)(-1.47%)도 약세를 보였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올 4월 동부제철과 동부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동부그룹 계열사 직원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당시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는 동부제철이 2,955원, 동부건설이 2,415원. 유상증자에 참여해 현재까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직원들은 각각 36.9%, 46.8% 손실을 보고 있다.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은 물론 동부화재 등 계열사 직원들은 사측의 요구에 할 수 없이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의 경우 연봉의 20% 수준, 동부화재 직원 대부분은 성과급 지급분만큼 투자했다. 계열사 직원을 대거 동원한 데 따라 동부제철은 122.17%, 동부건설은 97.89%의 양호한 청약률을 기록했다.
동부화재의 한 관계자는 "4월 동부제철과 동부화재의 유상증자 당시 인사부에서는 유상증자 참여와 인사 조치는 관련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직원은 거의 없었다"며 "실제로 각 부서장이 부서원을 개별적으로 불러 얼마나 참여할 것인지에 대해 면담을 한 후 서약서를 작성하는데 거부할 직원이 누가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금전적인 손해는 차치하더라도 불과 두 달 만에 상황이 급변한 데 따라 그룹 수뇌부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의든 타의든 자체 재무구조 개선에서 자율협약으로 전환하면서 김준기 회장을 비롯한 의사결정권자에 대해 신뢰가 무너졌다는 얘기다.
또 다른 회사의 한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유상증자에 나선 직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이번 위기만 넘기면 회사가 정상화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불과 두 달 만에 상황이 급변한 것을 보면서 경영권의 의사결정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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