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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폭락·배신감에 동부 직원 분노

유상증자 참여 강요해놓고 두달 만에 결국…<br>경영진 낙관 전망 믿었지만 자율협약 소식에 불신 커져

동부제철(016380)이 결국 채권단과 기업 정상화를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하면서 계열사 직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4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동부제철과 동부건설(005960) 유상증자에 참여했는데 자율협약 체결 소식에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과 두 달 뒤 닥칠 일을 두고 낙관적 전망으로 직원을 속인 그룹 수뇌부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는 얘기도 나온다. 동부그룹이 정상화되더라도 직원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는 치유하기 어려울 것 같다.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동부제철은 전날 대비 14.39%(300원) 내린 1,785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KDB산업은행이 그동안 회사채 만기 상환을 지원하던 것을 접고 자율협약을 통해 기업 정상화에 나서기로 한 것이 동부제철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채권단이 사실상 경영에 관여하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율협약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난항을 겪을 경우 보다 강도가 높은 워크아웃으로 전환될 수 있고 일각에서는 법정관리로 들어갈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날 동부건설 역시 하한가를 기록했고 동부로봇(090710)(-11.07%)과 동부하이텍(000990)(-10.03%), 동부증권(016610)(-3.96%), 동부화재(005830)(-1.62%), 동부라이텍(045890)(-1.47%)도 약세를 보였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올 4월 동부제철과 동부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동부그룹 계열사 직원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당시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는 동부제철이 2,955원, 동부건설이 2,415원. 유상증자에 참여해 현재까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직원들은 각각 36.9%, 46.8% 손실을 보고 있다.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은 물론 동부화재 등 계열사 직원들은 사측의 요구에 할 수 없이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의 경우 연봉의 20% 수준, 동부화재 직원 대부분은 성과급 지급분만큼 투자했다. 계열사 직원을 대거 동원한 데 따라 동부제철은 122.17%, 동부건설은 97.89%의 양호한 청약률을 기록했다.



동부화재의 한 관계자는 "4월 동부제철과 동부화재의 유상증자 당시 인사부에서는 유상증자 참여와 인사 조치는 관련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직원은 거의 없었다"며 "실제로 각 부서장이 부서원을 개별적으로 불러 얼마나 참여할 것인지에 대해 면담을 한 후 서약서를 작성하는데 거부할 직원이 누가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금전적인 손해는 차치하더라도 불과 두 달 만에 상황이 급변한 데 따라 그룹 수뇌부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의든 타의든 자체 재무구조 개선에서 자율협약으로 전환하면서 김준기 회장을 비롯한 의사결정권자에 대해 신뢰가 무너졌다는 얘기다.

또 다른 회사의 한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유상증자에 나선 직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이번 위기만 넘기면 회사가 정상화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불과 두 달 만에 상황이 급변한 것을 보면서 경영권의 의사결정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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