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표정, 그리고 냉장고.'
이 셋의 공통점은 뭘까. 주인의 성격이나 습관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바로 '지역 밀착형 금융'으로 업계의 롤모델이 된 진주저축은행 영업 방식의 키워드다. 이곳 행원들은 일수 대출을 모집하기 위해 시장이나 상점을 방문하면 반드시 냉장고를 열어보고 주인의 얼굴과 휴대폰을 관찰한다.
서류로는 보이지 않는 성격이나 습관이 빚을 갚는 데 더 중요하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전략이다. 가장 중요한 담보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23일 광주에서는 20여개 업계가 참석한 가운데 저축은행중앙회 주최로 진주저축은행의 일수 대출 사례를 공유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일수 대출은 300일 이내, 반월수 대출은 18개월 이내 받는 단기형 대출 상품으로 1.5%의 월이자를 받는다. 신용등급이 낮지만 급전이 필요한 상인들은 대부업보다 싼 이자에 돈을 빌릴 수 있고 저축은행 입장에서도 금리가 높아 이득인 데다 일수 대출에서 일반 대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관건은 누구에게 돈을 빌려줄 것이냐인데, 진주저축은행은 대출 전 반드시 현장 방문을 하고 성격과 가게의 분위기에 따라 가산점을 준다.
먼저 인상. 항상 찌푸리고 불만이 많은 사람은 주의할 사람이다. 휴대폰 기기나 번호를 자주 바꾸는 사람도 신뢰도를 낮게 본다.
상인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냉장고나 내부 정리, 종업원 복장, 특히 화장실 위생 상태도 중요하다. 상점이 너저분하면 손님 발길도 뜸하다. 종업원만 두고 가게를 종종 비우는 주인도 주의해야 한다.
주 업종 외에 다른 업종에 뛰어들려는 사람, 공무원 등 안정 급여를 받고 있지만 부업을 하려는 사람, 업종 변경이 잦은 사람도 요주의 대상이다.
"당장 돈이 필요해서 대출을 이용할 뿐 사실 난 돈이 있다"며 과시하는 사람이나 돈을 꾸준히 갚지 않고 한꺼번에 주는 사람, 외지에서 온 지 얼마 안되는 사람도 '주의 대상'이다.
상환받을 때에도 원칙이 있다. 연체가 습관이 되지 않도록 대출 이후 한 달 내 단 한 번도 연체가 없도록 밀착 관리한다. 연체가 계속되면 방문 수금으로 대처하고 수금을 할 때는 적은 금액이라도 반드시 받아 입금한다.
이 같은 관리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꼭 영업장을 방문해야 한다.
사례 발표를 맡은 이용환 진주저축은행 남포동 지점장은 "20년간 일수 대출을 하면서 쌓은 경험"이라며 "신용이 낮더라도 성실하고 의지가 강한 사람은 대부분 빚을 갚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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