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강국 신화를 창조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국내 기업들이 지난 94년 CDMA 방식의 이동통신 기술을 상용화한 후 CDMA 시스템 및 휴대폰은 반도체와 함께 IT 수출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CDMA보다는 유럽형(GSM) 이동통신 기술을 채택하는 나라들이 늘어나면서 CDMA의 입지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조차 CDMA보다 GSM 휴대폰을 훨씬 더 많이 생산할 정도다.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전세계 통신시장이 GSM 계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CDMA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DMA 휴대폰 시장 점유율 하락세로 반전=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발표한 ‘2005년 3ㆍ4분기 휴대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전세계에 공급된 휴대폰 물량은 2억만대에 달했다. 이 가운데 GSM폰은 1억6,300만대, CDMA폰은 3,600만대였다. GSM폰이 점유율 78%로 세계 시장을 거의 장악한 반면 CDMA폰의 점유율은 17%에 불과했다. CDMA폰의 점유율이 떨어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CDMA폰의 시장점유율은 그동안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는 20%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CDMA폰 시장에서 나란히 1ㆍ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말보다 점유율이 3%포인트나 떨어졌다. SA는 4ㆍ4분기에 CDMA폰 공급량이 늘어나더라도 올해 시장점유율은 18%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노키아ㆍ모토롤러가 주도하는 GSM폰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71%에서 올해는 77%로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시장은 주로 GSM계열로 몰려=CDMA의 위상이 낮아지는 것은 신흥시장이 이동통신 방식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세계 주류인 GSM계열로 편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을 비롯해 미국ㆍ일본ㆍ중국 등도 차세대 이동통신 방식으로 GSM계열인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방식을 잇따라 도입하면서 GSM 확산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SA는 오는 2007년까지 GSM폰의 점유율은 80%까지 늘어나는 반면 CDMA는 18%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노근창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CDMA 전성시대는 거의 끝났다“며 “앞으로 GSM 시장 공략 여부가 삼성전자 등 휴대폰 업체들의 실적을 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도 GSM폰 생산에 치중=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도 이 같은 시장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공급한 휴대폰 가운데 GSM폰과 CDMA폰의 비중은 7대3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8대2로 GSM폰의 비중이 높아졌다. 반면 LG전자는 GSM폰과 CDMA폰의 비중을 5대5로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3ㆍ4분기 CDMA 시장에서 삼성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CDMA 시장이 정체돼 있기 때문에 LG전자 등 다른 업체도 GSM폰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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