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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선택권을 되찾는 여성들
입력2002-03-31 00:00:00
수정
2002.03.31 00:00:00
지난 수 천년의 인류역사를 통해 남성들은 완력 하나로 여성을 지배하면서 그들 스스로가 법이 되고 중심이 되는 문화를 누려왔다. 생존경쟁의 방식에서 완력이 중요하던 시대에 일어날 수 있는 필연이었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다.인류가 이루어온 물질적 풍요는 의식주를 쟁취하기 위해 완력(혹은 무력)을 경쟁해야 할 필요성을 크게 줄여주었다.
완력의 가치가 감소되면 완력 하나로 여성을 지배할 수 있었던 남성의 우월한 지위가 흔들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완력보다는 지식이나 기술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고, 물리적 카리스마보다는 인격으로 지도력을 확보할 수 있는 문명사회에서는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학입시나 사법시험에서 여성들이 남성보다 높은 점수를 받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경찰대학이나 사관학교에서도 여성들이 당당히 우수한 성적으로 배출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성적인 구별에서도 나타난다. 아직도 남성들의 탄탄한 근육질은 여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지만 그것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
어린 세대로 내려갈수록 이 같은 기호의 변화는 더욱 뚜렷해서 강한 근육을 자랑하는 스포츠 선수들을 따라다니는 오빠부대보다는 유니섹스한 미소년형 가수를 따라 다니는 오빠부대의 숫자나 목소리가 한층 높다.
남자 연예인들이 TV에서 잘 다듬어진 근육질을 뽐내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지만, 그것은 완력의 상징으로서가 아니라 단지 매력적인 몸매, 즉 섹스 어필한 몸매의 조건으로서나 가치를 갖는다.
힘이 아니라 미적 가치, 즉 아름다움으로 승부를 해야 하는 현대의 남성상이란 그들의 아버지 세대에게만 해도 기가 찰 노릇이겠지만 이미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사내 대장부가"라는 식의 말은 점점 듣기 어렵다.
하지만 억울해 할 것 없다. 자연을 통해 엿볼 수 있는 기나긴 생명의 역사에서 남성이 여성을 선택하는 인간의 시대는 그 자체가 예외적이었다.
여성이 보다 건강하고 건전한 씨앗을 선택하려는 본성은 오랜 억압의 굴레를 벗고 높아진 권리와 함께 되 살아나고 있는 것 뿐이다.
남성들에게는 아름다움과 섹시함, 성실함과 생존능력을 고루 갖추고서야 배필을 맞을 수 있는 잔인한 시대가 됐긴 하지만 말이다.
<이은주ㆍ대화당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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