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의 백54는 현지의 검토진뿐만 아니라 한국기원 기사실의 검토진까지도 깜짝 놀라게 한 수였다. 장수영9단의 논평을 들어 보면…. “전투가 한창 치열하게 벌어진 판에 엉뚱하게 전선을 이탈하여 딴전을 피운 셈이다. 초심자가 두었다면 훈계를 들을 만한 수순인데 천하의 고수 조훈현이 두었으니 뭔가 뜻이 있을 것이지만 내 머리로는 추리가 잘 안된다.” 후일 목진석9단의 해설은 다음과 같았다. “공을 잠깐 상대에게 넘겨주고 쉬면서 관망한 수라고나 할까요. 어쨌든 아무 기사나 둘 수 있는 수는 아닐 겁니다. 백이 다음 행마를 결행하기가 다소 난감했었는지도 모릅니다.” 강수라면 백이 참고도1의 백1로 젖혀나오는 길이다. 그런데 그것은 생각보다 파괴력이 적다. 흑이 2에서 8까지로 점잖게 물러서고 나면 백만 난처하게 된다. A로 잇자니 억울하고 잇지 않자니 꺼림칙하다. 그래서 실전의 54로 딴전을 피운 것이었다. 백62는 참고도2의 백4까지를 기대한 수인데 창하오가 63으로 반발하여 거친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바둑평론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