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핵심관계자는 8일 "기금운용본부장 주재로 10~12명의 내부 실무진으로 구성된 투자위원회를 개최해 이번 합병에 대한 입장을 정할 것"이라며 "합병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안건을 통보 받지 못해 투자위원회 개최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접수 기한이 다음달 2~16일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이달 중 투자위원회를 개최해 내부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 간 합병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는 다음달 17일 열린다.
앞서 지난 4일 엘리엇은 자사가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한 사실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엘리엇은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합병조건도 공정하지 않아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의견을 피력하며 국민연금·삼성SDI·삼성화재 등 삼성물산 주요 주주들에게 합병 반대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고민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 합병이 제일모직에 비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다는 불만이 공식 표출된 만큼 국민의 연금자산을 토대로 수익률을 우선하는 국민연금이 이를 묵과하고 합병에 무조건 찬성표를 던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리엇의 주장에 동조해 합병안에 반대하는 것 역시 외국 투기자본 편을 들어준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사안이 이처럼 미묘한 만큼 재계는 국민연금이 이 문제에 대한 판단을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까지 끌고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설치돼 기금운용본부 차원에서 판단하기 곤란한 주요 의결권 행사 지침을 결정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