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한 LG전자가 구원투수를 자처한 구본준 부회장의 취임 1주년이 됐지만 뚜렷한 실적개선은 고사하고 향후 전망마저 불투명해 업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 부회장은 17일로 경영 2년차에 접어든다. 그는 지난해 9월17일 남용 LG전자 전 부회장이 스마트폰 전략 실패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한 뒤 대표이사가 됐다. 그가 취임한 지 1년이 된 현재 LG전자는 장부상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주력 분야인 스마트폰과 TV 부문이 여전히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 휴대폰 사업부의 부진은 LG전자의 앞날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구 부회장이 취임하던 지난해 3분기 LG전자는 매출액 13조4,290억 원에 영업손실 1,852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하지만 위기의 진원지였던 MC사업부는 3,03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구 부회장은 지난 해 취임사에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는 휴대폰 사업에서…(중략)…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MC사업부문 강화를 주문했다. 그러나 지난 2분기에도 MC사업부의 경우 옵티머스 신제품을 통한 반격에도 불구하고 547억원의 손실로 적자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아이폰의 공세를 즉각 대응, 업계 2위로 치고 올라간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전자와 3D 논쟁을 불러 일으키며 기선잡기에 힘을 쏟고 있는 TV 사업 역시 안좋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상반기 LG전자의 북미 3D TV 시장 점유율은 8% 수준으로 삼성전자의 점유율 54.5%에 비해 '새발의 피'다. 다만 LG전자는 중국 등에서 자사의 필름패턴편광안경(FPR) 방식 3D TV가 전체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고무된 표정이다. LG전자는 이 여세를 몰아 유럽과 미국 TV 시장에서도 FPR 방식의 점유율을 높이겠다고 의욕을 보여 주목된다. 구 부회장의 리더십이 어떤 성과를 거둘 지도 관전 포인트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조직문화 개선에 공을 들였다. 독한 LG 키워드로 직원들의 의지를 다잡는 동시에 취임 후 6개월 동안 중국을 시작으로 일본과 서남아시아, 중동, 북미, 중남미 등 해외 시장을 직접 방문하며 현장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에 대한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LG전자의 한 사업본부장은 "오너 경영이후 LG의 체질이 독하게 바뀌고 조직문화는 확실히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공개된 한 퇴사 연구원의 편지에는 "LG전자는 이노베이션(Innovationㆍ혁신)을 하는 회사가 아니라 이노베이션을 하겠다고 주장만 하는 회사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 비판이 나오면서 구 부회장은 최근 임원들과 함께 개선방향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LG전자는 신사업분야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기업 인수에 속도를 내 지난달 대우엔텍을 사들이면서 ▦설계시공과 ▦기자재 제조ㆍ공급 ▦시설운영ㆍ관리에 이르는 수처리 분야 핵심 기반을 구축했다. 하지만 수처리를 비롯해 LED조명과 태양광 분야 모두 미래 가능성을 보여줄 만한 수익을 아직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신사업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실적개선도 진행되는 만큼 앞으로 좋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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