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이 재무구조 정상화 차원에서 STX에너지 지분매각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TX그룹은 최근 잠재투자자에 해당하는 국내 기업들에 STX에너지 지분매각 정보를 담은 티저레터를 발송했다. 티저레터는 잠재투자자에 간략한 매각물건 정보를 제공해 투자를 유도하는 투자안내문으로 매각작업의 첫 단계에 해당한다. 한 대기업 재무담당 임원은 "STX그룹으로부터 STX에너지 지분매각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STX에너지 지분매각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STX에너지는 지주사인 STX가 66.35%, STX조선해양이 24.64%를 보유하고 있다. STX그룹은 STX에너지의 전체 지분을 매각할지, 아니면 프리IPO(기업공개 전 투자유치) 형태로 신주발행을 통한 자본유치를 할지는 투자자들의 의향을 파악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으로 알려졌다. STX에너지는 지난해 매출액 1조원에 66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STX엔진이 먼저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유로존 위기 장기화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비상장사인 STX에너지 지분을 우선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STX엔진은 지난해 매출 2조원에 영업이익 1,700억원을 기록한 알짜기업이지만, 주가는 2010년 11월3일 고점(4만2,900원) 대비 80%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STX엔진을 더 선호하지만 주가가 바닥 수준이라 지금 팔면 헐값매각이 될 수밖에 없어 비상장 계열사부터 매각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TX그룹은 STX에너지 매각을 계기로 STX중공업 등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STX팬오션이 보유한 해외 자원개발 기업 지분도 매각할 것으로 관측된다. 해양플랜트 특수선 전문인 STX OSV 매각은 성사 직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13위인 STX그룹은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 유동성 위기설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지난해 말 기준 STX그룹 계열사들의 자본 총계는 8조원이지만 부채는 16조원에 달한다. 특히 그룹의 중추 역할을 하는 STX조선해양의 3월 말 총차입금은 2조2,000억원으로 재무 리스크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