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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살려야 한다
입력2003-05-08 00:00:00
수정
2003.05.08 00:00:00
최근 SK글로벌 분식회계와 카드채권 문제를 계기로 채권발행과 유통이 크게 위축되면서 외환위기 이후 5년간 쌓아 올린 채권시장의 인프라가 일순간에 마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간 국내 채권시장과 투신산업은 적지 않은 시련을 겪으면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 지난 97년 396%에 이르던 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10%로 미국보다 낮아졌고, 회계감사와 신용평가제도가 정착하면서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회계투명성이 크게 개선돼 회사채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다. 또 지표채권인 국채시장이 조성되고 신용평가 제도와 채권평가회사, 국채선물시장 등 기본적인 시장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채권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시장 메카니즘이 작동하게 됐다.
투신 산업의 경우도 장부가로 평가되던 채권형 펀드가 시가평가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펀드의 시장성이 크게 향상되었고, 펀드 운용방식도 만기보유 위주의 소극적 전략에서 금리예측에 따른 펀드 자산배분 조정과 신용 리스크 관리를 통한 초과수익 추구 등 적극적인 전략 구사가 가능해졌다.
ˆ이렇게 공들여 쌓아올린 채권시장의 인프라가 SK글로벌 분식회계와 카드채권 문제로 안타깝게도 그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이 투신권의 수탁고도 급감했다. 3월초 182조4,460억원에 이르던 수탁고가 지난달 말에는 147조3,500억원으로 35조원이나 감소했다.
정부의 신속한 카드채권 안정대책의 영향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추가로 확산되는 것은 일단 차단되었지만, 시장 불안은 여전히 잠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위험 채권인 국채와 통안증권으로 거래가 몰리는 반면 카드채와 일반 회사채의 거래는 거의 마비되었으며 기업 자금조달 기능은 상실되었다.
따라서 금융시스템을 정상화 시키고 금융산업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하루라도 빨리 힘을 모아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원론으로 돌아가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위험관리능력 강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수신구조의 장기화가 필요하다. 현재 채권형 펀드는 대부분 상품이 머니마켓펀드(MMF)같은 수시 입출금식이거나, 만기가 6개월 미만인 단기형 상품이 대부분이다. 장기형 상품의 경우도 펀드만기가 1년을 넘는 경우가 드물다.
단기형위주 상품구성은 시장상황 변화에 대한 펀드의 민감도를 확대시켜 펀드매니저들로 하여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불가피하게 위험을 무릅쓰게 해 전체적인 펀드 운용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현재와 같이 시중 자금이 단기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투신사의 자체적인 노력만으로 는 장기형 상품 육성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연기금 등 장기투자기관의 아웃소싱 확대와 같은 장기투자상품에 대한 과감한 정책 측면의 지원이 적극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 위험관리 능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 그동안 펀드운용은 위험보다는 수익률이 강조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신용위험의 경우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위험관리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일단 현실화될 경우 그 충격이 크기 때문에 특히 투신사는 철저한 기업분석과 일관된 위험관리 시스템의 조기정착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투자자들도 펀드투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지금은 저금리 구조가 정착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고수익을 원하면 리스크도 당연히 높아질 수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펀드가 실적배당 상품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자신의 요구 수익률 수준과 위험성향에 맞게 합리적으로 상품을 선택해 투자하는 자세를 키워야 한다.
아울러 업계차원에서도 지금이야말로 펀드투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투자자 교육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할 시점이다.
<김병포 현대투신운용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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