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본주의 기업이념 재정비… 스타벅스 슐츠 회장 존경받는 기업인 칭송받아
공익 실천 '착한 경영'은 고객 애정→임직원 자긍심… 선순환 구조로 이어져
소통 넘어 고객과 함께 하는 참여경영도 새롭게 부각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이 지난해 11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서 선정한 '올해의 경영인'이 된 것은 좋은 실적을 이끌어냈기 때문만은 아니다.
스타벅스는 처음부터 인간에게 중심을 둔 기업이념을 확고히 한 기업이었다. 그러나 스타벅스의 인간중심 이념에도 풍파가 있었다. 지난 2007년 무리한 확장정책으로 어려움에 빠지자 "스타벅스가 '인간중심의 경영' '직원 사랑'의 이념을 저버렸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 것. 이에 슐츠 회장은 경영위기 이듬해인 2008년 8년 만에 경영에 복귀해 '사람중심의 경영'이라는 기업이념부터 재정비했고 소비자들의 사랑을 되찾았다.
이후 슐츠 회장은 미국 재계의 리더로 급부상했으며 현재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칭송 받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중심'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해 인문학적 가치가 높은 경영을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상품과 서비스에 공익과 사랑을 입혀라=스타벅스는 직원 복지로도 유명하다. 정규직 직원 아니라 파트타이머와 그 가족들에게도 의료혜택을 준다. '빈스톡(Bean Stock)'이라는 사원주주제도도 유명하다. 그 결과 이직률이 낮아 제품과 서비스 품질 유지 면에서 경쟁업체보다 유리하다.
스타벅스는 슐츠 회장의 제안으로 최근 미국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금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고객과 함께 사회에 유익한 일을 하자는 것이다.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에 공익과 인류애를 입힌 사례도 많다.
최근 한국에서도 인기를 끈 톰스 슈즈는 고객이 신발 한 켤레를 사면 저개발국 아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를 기증한다. 구조를 단순화해 공익활동에 대한 고객의 참여도를 높인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9년에는 30만켤레를 팔고 30만켤레를 기증했다.
영국 화장품 더보디숍은 고객에게 아동인권과 복지를 위한 지지서명을 받는다. 서명목표를 달성하면 그날 수익금은 전액 인권단체에 기부한다.
이처럼 기업이 공익과 사랑을 제품과 서비스에 입힐 경우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고객의 애정과 임직원의 자긍심을 이끌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면서 "비윤리적 기업활동에 대한 내부적인 경계심이 자연스럽게 커지는 것도 큰 효과"라고 말했다.
◇고객참여 경영의 시대가 온다=이 같은 인간중심 경영을 넘어 최근에는 고객이 참여하는 경영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흥행에 성공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는 강한 시사점을 준다. 문자투표권을 가진 시청자는 더 이상 바보상자 앞의 구경꾼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결과를 이끄는 주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일상화된 지금은 기존의 B2BㆍB2C에서 C2C(고객 대 고객) 채널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힘으로 추가됐다. 네트워크와 인간관계, 그리고 인간의 감정이 기업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정보기술(IT) 혁명 이후 약 20년간의 '기술중심' 사회에서는 혁신이 성공의 열쇠였다. 아마존ㆍ이베이ㆍ델컴퓨터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지금은 소비자와의 소통을 넘어 참여를 인정하고 따뜻한 경영, 투명한 경영을 해야만 하는 시대가 왔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트렌드는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 자동차 회사의 마케팅 담당 임원은 "감성과 참여ㆍ네트워크ㆍ확산이 마케팅에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경영의 투명성을 전제로 한 마케팅 기법들이어서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사람을 살찌워야 경제가 살찐다=기업의 목적은 이윤창출이고 그 이윤을 나눠 각 경제주체가 먹고 산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먹여 살리기 위해 기업이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휴머니즘의 기반 없이 냉혹하게 창출된 이윤이 소비자 대중의 외면을 받는 시대가 왔음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환경 개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도 결국은 기업이 쥐고 있다.
이준상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연구부 연구위원은 "최근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졌다"며 "결국 사람을 살찌우는 일이 국가경제를 살찌우는 일에 기초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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