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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동맹 구분보다 일관성 중요”
입력2004-01-19 00:00:00
수정
2004.01.19 00:00:00
양정대 기자
정부 출범 1년 만에 외교ㆍ안보팀의 갈등으로 `외교부 수장의 경질` 사태를 불러온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외교ㆍ안보정책에 대한 이념적ㆍ철학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정책의 집행과정에서 자주냐 동맹이냐 하는 이분법적 구분보다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전문가들은 우선 최근 들어 부쩍 강조되고 있는 자주외교론의 실체가 모호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정부가 지향하는 전략을 말하는 것인지, 정치적 수사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박건영 가톨릭대 교수는 “동맹은 국가간 관계를 의미하고 자주는 현실정책적 측면에 속하는 것이어서 차원이 다른 개념”이라며 “청와대조차 이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근 서울대 교수는 “정부 인사들 사이에서 자주외교가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이 한번도 없었다”며 “지난 1년 동안 좌충우돌했던 외교정책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자주외교라는 말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에 앞서 이론적ㆍ사상적 기반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외교부 직원의 `부적절한 발언` 파문과 장관의 경질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도 국내정치적 상황이 투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제기됐다. 연세대의 한 교수는 “대선과정에서 나왔던 자주외교론이 한때 사실상 종적을 감췄다가 총선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다시 불거져 나오고 있다”며 “이는 외교정책을 의도적으로 정치쟁점화하려는 것이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이근 교수도 “장관의 경질은 외부환경의 변화에 발 맞추지 못한 외교부의 관성에 대한 질타였지만 그 출발점은 한미관계가 아니라 국내정치적 상황에 대한 대응의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향후 한미관계의 큰 줄기는 지금과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다양한 외교채널 활용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박건영 교수는 “반기문 장관의 기용으로 한미관계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며 “이라크 파병과 용산기지 이전 협상 등에서 보여준 정책 혼선을 피하기 위해서는 국내적으로 합의된 원칙을 유지하면서 예측가능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 교수는 “동등한 한미관계를 추구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양국간 국력의 차이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따라서 북핵 문제 등 중요 현안을 다룰 때는 미 행정부 뿐만 아니라 의회와 언론, 시민단체 등을 상대로 한 다방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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