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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펀드매물 소화… '마의 벽' 2050 넘어
상반기 기업 실적전망 상향… 랠리에 힘실려
외국인 9거래일째 순매수·개인 거래 비중 급증
日·유럽 등 증시 비해 상승률 낮아 "더 오를것"
국내 주식시장이 지난 4년간의 기나긴 박스권을 거침없이 돌파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100선에 거의 다다랐고 코스닥도 700선에 근접한 상태다. 급격한 상승세에 일각에서는 한국경제의 전체적인 전망이 어두운데 증시만 호황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우리 증시의 상승폭이 여전히 다른 주요국에 비해 낮은 상태이며 추가 상승을 예상할 수 있는 4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진단한다. 즉, 지수상승으로 2,000에 두텁게 자리잡고 있는 매물벽(wall)이 깨졌고 기업실적(earning) 개선 기대감이 크다는 점, 국내와 해외의 유동성(lquidity)이 여전히 풍부하며 마지막으로 우리 증시가 글로벌 증시와의 격차를 좁혀나가는 레벨업(level up) 단계라는 점이다.
이 같은 상황변화에 상당수 증권사들은 코스피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대신증권·교보증권·이베스트증권은 코스피가 연내 최고 2,250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12년 이후 이어져온 박스권의 상단인 2,100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이며 지난 2011년 5월2일에 기록한 역사적 고점인 2,228.96보다도 20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벽이 깨졌다=국내 증시는 지난 4년간 박스권을 경험했다. 코스피지수가 상승을 시도할 때마다 번번이 '마의 벽'이라 불렸던 2,050선에서 밀렸고 2,100이라는 박스권 상단을 넘어선 것은 단 4차례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은 2,000~2,050선 사이에서 두터운 펀드 매물벽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 큰 원인이다. NH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2004년부터 현재까지 코스피 구간별로 보면 환매 물량이 많이 나오는 구간이 2,000~2,050선이며 이 구간에서 평균 9조2,000억원 정도가 환매됐다. 이번 장세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별다른 저항 없이 이 구간을 통과했다. 실제로 지난달 3일 코스피는 5개월여 만에 2,000선을 돌파한 2,001.38을 기록했으며 18일에는 2,028.45를 기록하며 2,020선마저 뚫었고 이달 8일에는 2,059.26을 기록하며 '마의 벽'인 2,050선까지 가뿐하게 돌파했다.
◇실적 장세 찾아오나=국내 증시는 기업실적 등 펀더멘털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글로벌 증시의 랠리에서 소외됐다. 그러나 저유가와 저금리의 효과가 어우러져 국내 기업의 상반기 실적전망이 모두 상향조정되고 있어 증시 랠리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금융조사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분기별 추정치가 존재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61개의 1·4분기 순이익 예상치는 26조3,439억원으로 3월 초(26조2,082억원) 대비 0.51% 증가했다. 또 유가증권 상장사 160개 기업의 2·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8조8,380억원으로 연초 대비 4.07% 상승했다.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도 115조9,054억원으로 2.32% 증가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확인되고 있는 등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며 "유동성 장세를 이어받을 실적장세에 대한 전망이 밝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유동성 유입 계속된다=그동안 상승 랠리를 이끌었던 글로벌 유동성은 앞으로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역시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월 1조5,606억원을 순매도 하다 2월에는 5,142억원 어치를 사들이며 순매수로 전환했다. 3월에는 외국인 매수 규모가 더욱 확대돼 순매수 규모가 전월 대비 약 6배나 급증한 2조9,100억원에 달했다. 이달 들어서도 외국인은 하루도 빠짐없이 9거래일째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 기간 순매수 규모는 7,000억원에 달한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1월 양적완화 계획을 밝힌 후 아시아 신흥국 주식을 대상으로 한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며 "양적완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의 증시가 더욱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초저금리로의 진입에 따라 예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를 선호했던 국내 개인 투자자들도 상대적 위험자산인 증시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달 들어 주식시장에서 개인 거래 비중이 60%에 달하는 등 급증하고 있는데다 예탁금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 투자예탁금은 이달 들어 지난 3일 19조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치에 달했다.
◇아직도 덜 올랐다=우리 증시가 그동안 랠리를 보여왔지만 여전히 다른 주요국에 비해서는 상승률이 낮은 편이다. 최근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가들의 양적완화를 통해 풀린 막대한 유동성 중 상당 부분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상태다. 독일 증시의 경우 올 들어 30% 넘게 올랐고 중국 역시 2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본과 홍콩도 14% 정도 올랐다. 이에 비해 한국은 여전히 8% 정도 상승했을 뿐이다. 그동안 랠리에서 소외됨에 따라 가격 메리트가 남아 있다는 점이 한국 증시로 외국인 자금들을 유인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올해 이익추정치를 기준으로 할 경우 한국은 다른 주요증시에 비해 여전히 싼 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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