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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심리 꽁꽁… 거래대금 26개월만에 최저


지난 31일 오전 10시 여의도 A증권사 객장 8개의 상담 창구 가운데 고객 상담을 하는 곳은 1곳뿐이었다. 이날 오전 증권계좌를 개설하려고 방문한 고객은 단 세 명뿐이었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요즘 증시가 안 좋아서 고객들의 발길이 뜸하다”고 말했다. 인근에 자리한 B증권사 영업점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4개의 상담창구는 모두 비어있었다. 객장 관계자는 “올 초에 비하면 종목 상담건수도 줄고 계좌 개설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증시가 부진을 거듭하면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와 스페인 은행권의 안정화 대책 등 유럽위기 상황에 대한 해법의 실마리가 풀려야 투자심리도 호전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증시 거래대금은 3조4,726억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 1월 2일(3조3,042억원) 이후 올 들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4조6,911억원에 그치며 2010년 3월(4조3,290억원) 이후 2년2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1월(5조4,171억원)에 비하면 7,260억원이 줄어들었고, 지난 4월(4조9,650억원)에 비해서도 4,521억원 감소했다.

주식활동계좌수도 감소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거래 활동계좌수는 지난달 17일 2,001만개에서 30일 1,985만3,123개로 줄었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최근 6개월 동안 주식매매 실적이 있는 증권계좌를 뜻한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패닉장세가 연출되면 저가매수세가 유입돼 일시적으로 거래량은 급증하는 데 현재 증시는 아래로도 위로도 움직임이 제한된 관망장세로 보인다”며 “신규로 투자하기엔 불안하고 파는 것도 애매하니 거래량이 급감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이 위축되면서 자금은 단기부동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지난 30일 기준으로 16조7,157억원까지 줄었다. 지난 2월 20조4,000억원까지 증가했지만 4월 말 이후 급속도로 감소했다. 증시에서 이탈한 자금은 단기성 투자처로 옮겨가고 있다. 현대증권이 1일 0.4%포인트 가량 금리를 더 얹어주며 특별 판매한 환매조건부채권(RP)은 500억원 가량의 물량이 판매 48분 만에 조기 마감되기도 했다. 머니마켓펀드(MMF) 역시 올초 61조원대에서 지난달 중순 73조원대까지 급증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시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지다 보니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자금들이 단기투자처로 옮겨가고 있다”며 “머니마켓펀드와 RP는 물론 일부는 해외 채권으로도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회복세는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공포가 어느 정도 해소돼야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달 6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10일과 17일 프랑스 총선, 17일 그리스 재총선, 18일과 1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주요 이벤트들이 예정돼 있다. 김성봉 연구원은 “올 1ㆍ4분기에 스페인 은행권에서 970억유로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스페인 은행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ECB 차원에서 예금보장, 은행감독권 강화 등 대책이 나와줘야 공포감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도 해외 주요 이벤트들의 결과가 나오는 6월 중하순께 돼야 다소 회복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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