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이 연말 연초 랠리에서도 소외됐거나 부진한 업황 탓에 급락한 종목들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펀드 환매 등으로 투자여력이 많지 않은 가운데서도 저가매수에 나선 것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568억원어치를 팔았다. 특히 환매 압력이 높아진 투신과 금융투자업계의 매도 물량이 집중됐다.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연초 158만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다시 쓴 삼성전자였다. 지난 10일까지 국내 기관은 삼성전자를 1,544억원어치 팔며 차익실현했다.
반면 빠듯한 수급 상황에서도 저평가주와 낙폭과대주를 골고루 사들였다. 특히 업황 반등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는 종목들 가운데서도 최선호주로 꼽히는 종목들이 제일 먼저 포트폴리오에 담겼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국내 기관이 올 들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POSCO(663억원)였다. 4ㆍ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에 비해 약 3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철강 업종의 계절적 성수기 진입과 중국의 경기 반등 기대감에 저가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또 증권업종의 장기 성장 모멘텀이 약화된 가운데서도 자산관리 경쟁력 강화로 업황이 개선될 경우 반등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증권(546억원)이 기관 순매수 2위에 올랐다.
국내 기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진의 늪에 빠졌던 OCI, 한화케미칼 등 태양광주에도 러브콜을 보냈다. 최근 들어 폴리실리콘 가격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중국 정부가 올해 태양광 목표 설치량을 대폭 확대하면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 “주식형펀드 환매 압력과 미국의 부채 한도 증액 협상 등으로 지금은 기관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설 상황이 아니”라며 “기관이 관망세를 유지하는 가운데서도 업황 개선 기대감이 부각되는 종목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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