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국내 증시 전망이 밝지 않다.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대외 여건이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의 2ㆍ4분기 실적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반기로 기간을 넓혀 보면 희망은 있다.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물가가 상승세를 탈 기조를 보이면서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물가가 상승할 경우 영업 마진이 늘어날 수 있는 소재와 산업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올랐다. 이는 지난 5월 상승률과 같은 수치로 2012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글로벌 물가 상승세 역시 심상치 않다. 미국의 5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1% 상승했으며 일본의 상승률은 3.2%, 중국은 2.4%를 기록했다. 0.5%를 기록한 유로존을 제외하고 물가의 상승 흐름이 뚜렷한 셈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물가 상승은 기업이나 소비자 입장에서 비용 측면만 생각하면 부담이지만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면서 함께 올라가는 것이라면 기업의 이익과 소비 활성화 측면에서 국내 증시에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는 미국의 경기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면 하반기에는 정책 효과에 따라 유럽과 중국도 동반해 경기 상승이 이뤄져 글로벌 물가 상승과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내 물가 상승률은 하반기에 3%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물가가 전반적인 상승세일 경우 국내 기업 중 소재·산업재 등 경기에 민감한 기업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 상승률을 보였던 선진국이나 연평균 물가 수준이 6~7% 수준인 태국ㆍ인도ㆍ인도네시아 등은 물가가 높아 기업의 이익이 상당히 좋아진 측면이 있다"며 "물가 상승률이 더뎠던 국내의 경우 소재와 산업재 등 경기에 민감한 기업이 최근 2년 이상 실적이 부진했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물가가 반등하는 지금 시기가 이익의 저점을 통과하면서 개선되는 추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소재·산업재 업종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중국 물가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며 "중국 물가는 바닥을 치고 반등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소재·산업재 업종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소재 분야에서 화학 업종과 비철금속 업종은 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글로벌 물가 상승을 통해 부진했던 마진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물가 상승기와 맞물려 물가연동국채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물가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는데다 3ㆍ4분기까지는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보여 채권 가격도 상승할 수 있어 3~5%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라면 물가연동국채를 포트폴리오에 담아보는 것도 괜찮다"며 "물가채의 경우 1~2%의 쿠폰 수익률에 물가 상승분이 추가 수익으로 결정되고 최근에는 연 환산 수익률이 4.5%가 넘는 물가채(만기 23년)도 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외 물가 상승 추세에 맞춰 투자를 하고 싶다면 미국 물가와 연동된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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