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사태’가 국내 증시방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글로벌 증시와의 괴리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외국인들의 매도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악재가 발생함에 따라 국내 증시는 당분간 앞을 내다보기 힘들어 보인다.
당초 ‘키프로스 사태’가 단기 충격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던 증시 전문가들도 이제는 장기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키프로스의 경제규모가 작고 유로존의 학습효과로 과거 ‘그리스 사태’처럼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일 키프로스 의회가 은행 예금 과세를 골자로 한 구제금융 협상안을 부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19.16포인트(0.97%) 하락한 1,959.40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 1,96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2월 초 이후 한달 여 만이다.
이날 지수하락은 ‘키프로스 사태’에 민감하게 반응한 외국인들이 주도했다. 외국인은 3,809억원을 순매도하며 5거래일 연속 매도우위를 이어갔다. 최근 5일 동안 외국인이 순매도 한 규모는 1조7,151억원에 달한다.
키프로스 의회가 은행 예금 과세를 골자로 한 구제금융안을 부결함에 따라 키프로스 정부는 유로그룹과 재협상을 하거나, 새로운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독일 정부가 예금과세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 재협상이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키프로스의 유로존 탈퇴가 논의되고, 겨우 가라앉은 유로존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 재협상이든 유로존 탈퇴든 사태해결이 장기화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키프로스 문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단기적으로는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 안개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키프로스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은행예금 과세 카드를 계속 내밀고 있는 상황이라 합의점을 찾기가 그리스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며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굳이 한국 시장에 투자를 확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증시에는 분명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이어 “해결점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유럽 수출에도 영향을 줘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키프로스 사태가 과거 그리스처럼 전세게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고 갈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키프로스의 경제규모가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의 0.2% 수준으로 유로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인데다, EU 정책 당국이 위기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는 것이다.
조성준 NH농협증권 연구원은 “키프로스 우려로 전날 유로존 국가들의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리스크는 제한적”이라며 “유럽중앙은행(ECB)에서 키프로스에 대한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진화에 나서 전날 스페인의 단기 국채 발행금리가 유로존 위기 이전 수준으로 낮게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엔화약세를 저지할 수 있는 재료로 작용해 국내 기업의 이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엔화가 약세를 보였던 근본적 원인은 유로존이 안정되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프리미엄이 축소됐기 때문인데, 유로존 위기가 재부각되면서 이 같은 흐름이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키프로스의 구제금융 문제는 단기적으로 엔화약세를 멈추는 힘을 발휘할 것”이라며 “엔화 약세가 멈추면서 원·달러 환율이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최근 주가 조정 폭이 컸던 전기전자 업종과 자동차 등 대형 수출주를 중심으로 코스피가 반등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부분의 증시전문가들은 주가가 다소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 최소한4월은 돼야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나타나고 증시 상승요인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사태처럼 손절매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당분간은 보수적으로 투자전략을 세우는 것이 안전하다”며 “추경예산편성, 금리인하 등에 대한 기대감이 본격화하는 4월 중순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반전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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