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한국 여성들도… 의미심장 변화
불황에 정량·소량 구매 붐 식품관 리뉴얼로 트렌드 반영 롯데백·현대백 등 매출 쑥대형마트 기존 전략 일관 '다량 판매·1+1 할인' 공략 소비 패턴 파악 못해 부진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서울경제 자료사진=위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추워진 날씨 덕에 소비 시장에 조금씩 온기가 지펴지고 있는 가운데 패션 매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백화점은 식품관도 두자릿수 매출을 기록한 데 비해 대형마트 매출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마이너스 신장률에 허덕여온 마트 업계는 11월 들어서도 이마트의 매출 신장률이 전년보다 1.4%(29일 기준) 감소하는 등 소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대형마트에 비해 규제 여파에서 자유로운 하나로마트의 신장률도 2~3% 내외에 그친다.
반면 주요 백화점의 11월 신장률이 14~18% 내외에 달하는 등 패션 부문은 홈쇼핑, 온라인몰, 보세 소호몰 등을 막론하고 두 자릿수 신장세다. 더욱이 백화점은 이달 들어 식품관도 롯데백화점 14.8%, 현대백화점 16.1% 등의 상승세로 부진한 마트와 대조된다.
마트의 하락세는 소비 불황 및 의무휴업 등 규제 여파가 주된 원인이지만 여기에다 불황기를 지나며 가계가 필요한 물품에만 지갑을 여는 '정량ㆍ소량 구매'로 전환한 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가격 합리화와 제품 질 향상 등을 통해 고객을 되찾은 백화점 식품관과 달리 대형 마트는 여전히 다량 구매나 1+1 할인 등 기존 전략으로 일관해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됐다는 것.
최근 배추 반값 판매를 진행한 한 마트 관계자는 "양질의 배추를 반값에 선보였지만 1인당 구매량이 비슷해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2~3%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무조건적인'1+1' 전략이 먹히는 시기는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할인' 용어를 꺼려온 마트 업계가 올 봄 이후 소비가 부진하자 이를 남용하면서 '마트=할인판매'라는 인식도 무너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이에 비해 점포 리뉴얼 등을 통해 달라진 소비 추세에 부응한 백화점 식품관은 날로 성장세다. 갤러리아 명품관 고메이494의 경우 1~2인 가구를 위한 소량 판매 '바이 스몰'을 가공식품 등에서 선보인 뒤 폭발적인 반응으로 생선 및 정육, 주방용품 코너로까지 확대했다. 롯데백화점도 식품관 리뉴얼을 통해 1인용 고객을 배려한 좌석 배치 등을 강화하고 테이크아웃 식품(델리)군을 확대해 소량 구매 추세를 적극 반영했다.
업계 관계자는 "봄, 가을 나들이 시즌 캠핑용품과 백화점 테이크아웃 푸드(델리)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마트 내 삼겹살 매출은 추락을 거듭했다"며 "불황이라지만 몸에 좋은 먹거리, 가치 있는 상품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달라진 소비 추세를 마트가 적극 반영하지 못한 탓도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