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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부터 KT의 와이브로 모뎀을 사용 중인 강진규(31)씨는 최근 노트북 컴퓨터를 샀다가 낭패를 봤다. 새로 구입한 컴퓨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7' 64비트 운영체제(OS)가 설치돼 있어 와이브로 모뎀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서다. 강씨는 "고객센터에 전화했더니 운영체제를 한 단계 낮은 제품으로 바꾸는 수밖에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KT가 와이브로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정작 기존 가입자에 대한 지원에는 인색해 사용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판매한 일부 와이브로 모뎀이 PC에 설치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7 64비트 운영체제와 충돌을 일으켜 먹통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와이브로 모뎀으로 와이브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전용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이 프로그램이 최신 운영체제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입자들은 매달 이용료를 납부하면서도 와이브로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당 제품은 국내 업체인 명민시스템이 제조한 것으로, 이 회사는 최근 수익성 악화로 경영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주요 포털 사이트의 와이브로 동호회와 KT 홈페이지 등에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네이버 와이브로 카페의 한 네티즌은 "해당 제조사에 연락하면 결번이라고 나오고 KT 고객센터는 운영체제를 바꾸라는 말만 계속 되풀이한다"며 "와이브로를 이용하지도 못하고 있는데 매월 1만원씩 이용료만 납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초 와이브로 모뎀을 구입했다는 또 다른 네티즌도 "사용자들은 다양한 운영체제를 사용하기 마련인데 운영체제에 와이브로 모뎀을 맞추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얘기"라며 "서비스를 해지하고 다른 제품으로 가입하려 했지만 위약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다리고만 있다"고 말했다. KT는 와이브로 서비스 자체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해당 와이브로 모뎀에 대한 지원은 단말기 제조사가 전적으로 담당하는 일"이라며 "소비자들의 불만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KT의 와이브로 가입자는 47만5,000여명에 달한다. 와이브로 모뎀 가입자는 모두 6만9,500여명으로, 3분의 1이 넘는 2만5,000여명이 해당 제품을 이용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T가 제품 판매에만 급급한 나머지 사후 지원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실제로 판매를 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가입자에 대한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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