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72·사진)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입원한 지 11일로 한 달째를 맞지만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 상장 등 굵직한 경영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정상적으로 운영되면서 총수 경영 공백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의 장기 입원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삼성 특유의 시스템 경영이 빛을 발하면서 향후 남은 사업구조조정과 지배구조 재편 작업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11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심혈관 벽을 넓혀주는 심장 스텐트(stent) 시술을 받은 뒤 저체온·진정 치료 후 일반병실로 옮겨진 후 서서히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고령이고 지병이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의식 회복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장기 입원 치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공백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지난 3일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를 내년 1·4분기 중으로 상장하기로 하는 등 경영 활동을 정상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 달에는 2007년 이후 7년 간 끌어오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문제와 관련 최고경영진의 사과와 함께 공식 협상도 재개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삼성SDI 자사주와 삼성카드의 제일모직 지분을 삼성전자가 매수해 전자 중심의 수직 계열화도 더욱 강화했다.
외신들도 이 회장이 삼성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크지만 삼성이 이미 계열사 또는 사업부문별로 독립성이 강한 데다 방대한 조직에 전문경영 인력이 곳곳에 포진해 있어 총수의 공백으로 인한 충격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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