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가게가 김치찌개 1인분을 판 뒤 납부하는 실제 부가세는 500원이 아니라 50원이다. 이 가게는 매출액의 10%(부가율), 즉 찌개 값 5,000원 중 500원에 대해서만 부가세율(10%) 을 적용 받는 영세 간이과세자인 탓이다. 소비자가 세금을 내라고 건넨 500원 중 90%(450원)를 식당 주인은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호주머니로 넣는 배달사고를 낸 셈이다.
현재 간이과세자에게 적용되는 부가율은 A식당처럼 업종에 따라 10~30%에 이른다. 결국 간이과세사업장에서는 업종에 따라 부가세의 최대 70~90%가 누수될 수 있다. 관행적으로 구멍 뚫린 대한민국 조세의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국가 시스템 개조를 위한 첫발은 경제정책의 합리화에서 찾아야 하며 이 가운데서도 세제 분야의 이 같은 허점을 전반적으로 리모델링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간이과세제와 관련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의제매입세액공제'라는 부가세 감면제도 역시 이상한 논리로 확대되고 있다. 이 제도는 본래 부가세 납부가 어려운 농민의 편의를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엉뚱하게도 자영업자 지원대책으로 남발되고 있다.
현재 의제매입세액공제는 간이사업자가 농산물 등을 사는 데 들인 구입비 중 1.96~7.41%가량(공제율)을 공제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중 음식점업 공제율은 2005년 4%대에서 지금은 최고 7%대로 치솟았다. 자영업자의 카드가맹점 수수료 부담을 간접적으로 덜어주겠다는 명분으로 인상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해 수수료를 인하한 후에도 공제율은 떨어지지 않고 제자리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정부가 세수확보를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에 집중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더 급한 것은 조세 분야의 허술한 누수 부분부터 메우는 것"이라며 "세제 전반에 걸친 전면적인 개혁작업이 국가 시스템 개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