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토록 강하게 외쳤던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이 너무 무색하다. 미등록 대부업체 평균금리가 여전히 연 53%에 달하며 이용자 3명 중 1명꼴로 연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용자의 70%는 불법 사금융인 줄 알고서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겠다고 답해 근절이 쉽지 않음을 나타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7월 전국 남녀 5,546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와 심층조사 등을 거쳐 25일 발표한 사금융 이용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미등록 대부업체의 평균금리는 연 52.7%이며 이용자의 20%는 100% 이상의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었다.
등록 대부업체인 경우도 법정최고금리(39%) 수준인 평균 38.7%의 금리를 받고 있었다.
높은 금리와 무분별한 대출로 인해 사금융 사용자는 빚을 갚지 못하고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전체 사금융 이용자의 연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88.5%였으며 미등록 대부업체 이용자는 소득의 2배(208.1%)가 넘는 빚을 지고 있었다. 개인에게 돈을 빌린 경우도 소득 대비 빚의 규모가 101.6%로 빚이 더 많았다.
미등록 대부업체는 이용금액도 등록 대부업체의 2배를 훨씬 넘어 1인당 2,140만원꼴이었다. 손쉽게 많은 빚을 지고 갚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미등록 대부업체 이용자의 31%는 연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사금융 이용자의 23.8%는 금융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된 경험이 있었다. 이 중 70%가량은 신용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사금융을 이용하게 되는 것은 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 대출이 어렵고(54.8%), 복잡한 대출심사 없이 곧바로 빌릴 수 있기(39.4%) 때문이다. 특히 당장 식재료나 교육비ㆍ병원비 등 가계생활자금이 필요해 빌렸다는 응답이 43.5%로 가장 높았다.
불법 사금융 이용자의 다수가 불법인 줄 알면서도 이용하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도 문제다.
사금융 이용자의 68.9%는 미등록 대부업이나 고금리 대출이 불법인지 알고 있다고 밝혔고 불법인줄 몰랐다는 나머지 응답자의 72.4%는 신고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국민행복기금 등 정부가 마련한 각종 서민금융지원정책 역시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금융 이용자의 93%가량은 서민금융지원제도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거나 알지 못해 신청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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