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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4월. 한 청년이 신문을 손에 쥔 채 서울대 미생물학과 연구실을 노크했다 "처음뵙겠습니다. 저는 의료기기 영업사원인데요, 이 신문에 난 유전자 기사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신문에 사진이 실린 김현상 교수는 청년의 방문에 당돌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기특하게 생각해서인지 "10년후면 유전자공학이 꽤 관심을 끌게 될 것"이라는 조언을 해줬다. 당시만해도 생소했던 이 말을 들은 청년은 이후 3년간 매주말마다 연구실에 들려 어깨넘어로 기자재 등을 다루는 법을 익혔고, 어렴풋이나마 유전자 관련 학문의 중요성을 깨닫고 1984년 창업의 길로 뛰어들게 된다. 중소업계의 대표적인 바이오인프라 기업인 서린바이오사이언스의 신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무모하리 만큼 도전정신이 남 달랐던 그 청년은 바로 서린바이오 창업자인 황을문 대표이사 회장이다. 황 회장은 회사를 설립한 뒤 주로 바이오 연구장비, 시약, 소품 등을 수입해 국내 업체에 공급하며 20년간 바이오인프라 기반을 구축해 나갔다. 그러다 2005년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제2의 도약기를 맞았다. 매출은 100억원대에서 300억원대로 크게 늘었고, 올해는 3ㆍ4분기 현재 전년대비 25% 성장하며 40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배당은 10년 연속 실시하며 중소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주주중시 경영의 모범기업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상태다. 이러면서 황 회장은 경영대상 지식경영부문 대상(전경련), 피터 드러커 소사이어티 우수혁신상, 중소기업을 빛낸 51인 선정(중소기업중앙회), 벤처기업 대상 등을 수상하며 중소업계의 혁신 기업가로 이름을 떨쳐왔다. 하지만 황 회장은 이 같은 안정적인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시 '도전'을 선택했다. 바이오 기기 공급업체에 머물지 않고 직접 바이오 연구에 뛰어들어 세계수준의 바이오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황회장은 지난 달 판교 테크노밸리 단지 내'코리아바이오파크'로 사옥을 옮겼다. 국내 수십여개의 바이오기업 및 제약회사의 신약개발 전략적 요충지로 각광 받고 있는 이 곳에서 '판교 신화'를 이루겠다는 다짐 때문이었다. 그는 우선 사업전략을 새로 짰다. 바이오프로세스 등 토털솔루션 공급을 강화키로 했다. 이를 위해 판교 사옥에 최첨단 연구소를 설치해 바이오시밀러 원료 공급까지 영역을 넓혔다. 아울러 분자진단, 줄기세포 플랫폼 기반기술 구축 등 신기술사업을 확장하고 나섰다. 여기에 분석장비 제조의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고가 분석 기기의 영업조직도 확대 개편했다. 판교 사옥에서 만난 황 회장은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황 회장은 "서린바이오사이언스는 여느 바이오기업과 다른 C&D 전략에 기반을 둔 업체로, 마케팅 전문력과 기술력을 결합한 혁신적인 바이오 인프라 기업"이라고 말했다. 즉 수십년간 바이오 인프라 기반을 구축한 마케팅 전문인력과 수많은 관계사 투자(C&D)를 통한 기술확보 및 제품생산이 어우러져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만성신장질환 치료제 기술과 당뇨병 치료제를 연구하는 에이비아이, 분자진단 장비 등 바이오장비를 국산화하고 있는 마이크로디지탈 등이 서린바이오가 투자하는 대표적인 관계사로, 투자성과가 거의 가시화된 상태다. 그는 "바이오 인프라를 비롯해 바이오프로세스, 서린생명과학연구소,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 등 4개 축을 바탕으로 신성장동력 사업을 강화하고 신기술사업영역을 확장한다면 '생명과 과학을 선도하는 세계수준의 창조적인 바이오기업'구현은 결코 꿈에 머물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와 관련, 올해를 판교사옥시대로 명명한 그는 최근 창립 40주년이 되는 2024년을 내다보고 '서린 비전 2024'를 선포했다. 황 회장은 우선 내년에 바이오 R&D생산시설을 확장 구축한 뒤 창립 30주년인 2014년에 분자진단 및 줄기세포 토털 솔루션업체로 우뚝서겠다는 로드맵을 밝혔다. 동시에 바이오기기의 국산화 및 수출확대에도 전념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황 회장은 "창립 40주년인 2024년에 BT와 IT를 결합한 헬스케어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는 등 바이오 라인업을 확대해 매출 1조원 시대를 열겠다"며 "바이오 시장에서 서린의 브랜드를 확실히 각인시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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