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에 처하기 시작하면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존폐의 갈림길에서 회생절차를 밟는 기업의 재기를 위해 적극 나서겠습니다."
16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조붕구(48·사진) 코막중공업 대표는 한국기업회생협회 회장 자리를 맡은 뒤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협회가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접한 중소기업 대표들의 문의 전화는 하루 종일 끊이지 않았다.
한국기업회생협회는 과도한 부채로 어려움에 빠져 회생절차를 밟는 기업의 재기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조 회장은 "저처럼 환율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가입한 키코(KIKO) 피해로 기업회생을 진행했지만 어떻게 다시 일어설 방법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기업들을 도와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협회가 해 나가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키코(KIKO)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맡았던 조 회장은 지난 2007년 '키코의 덫'에 빠지며 법정관리를 거쳤다. 파쇄 중장비인 브레이커를 제조하는 코막중공업은 키코사태 전 연평균 매출성장률 50%가 넘는 수출 강소기업이었다. 그는 "회사가 갑자기 어려워지고 나서 보니 법정관리라는 것이 상당히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분이었다"며 "스스로 찾아 가야 하는 부분이 90% 이상이지만 방법을 몰라 허투루 쓴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다"고 밝혔다.
협회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길에 동참하면서부터. 당시 동행했던 중견기업 대표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자연스레 키코와 관련한 얘기가 나왔고 평소 갖고 있던 기업회생을 돕는 단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꺼냈다. 조 회장은 "당시 얘기를 듣고 있던 중견기업 대표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산업자본끼리 힘을 합쳐 상생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협회를 통해 채권자와 채무자, 근로자들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을 첫번째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기업이 사모펀드에 넘어가 엉망이 되는 모습들을 지켜보며 말로만 기업회생을 외칠 뿐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다 망가져 있었다"면서 "한국기업회생협회가 망가져가는 회사를 덜 망가질 수 있도록 중간에서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나타냈다.
현재 협회는 키코 피해업체 대표 10명과 법률, 회계, 컨설팅 등 기업회생과 관련한 실무자 등 50명으로 구성돼 있다. 장세일 일성 회장, 이성민 엠텍비젼 사장, 박용관 동화산기 회장, 임종남 알엔아이소프트 사장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상태다.
조 대표는 "과도한 부채로 어려움에 직면한 기업들의 기업회생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로 3인 이상 사업장을 운영하는 경영자 중 채무과다로 운영이 현저히 어려운 분, 회생절차를 끝내고 재기했거나 회계·세무·법률 등의 기업회생에 대한 재능기부자 등 회원 또는 협회 임원의 추천을 받으면 회원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중견기업들과 어려움을 겪는 기업간 매칭과 중견기업연합회의 추천을 받은 자문위원, 각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회생 가능한 기업을 단시간내 정상 궤도로 올려 놓겠다"며 "건전한 산업자본이 법정관리 기업에 흘러들어 갈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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