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로 유통업체마다 비상이다. 고성장을 해오던 대형마트조차도 4~5%에 이르는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성장에 들어선 지 6개월이 넘었다.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의 지난 11월 매출증가율은 신규점포를 포함할 경우 전년 대비 7.9%에 달하지만 기존 점포만 비교하면 1.1%에 그친다. 9월 신규 점포를 포함한 매출 증가율이 -1.7%를 기록한 것에 비해 다소나마 회복세를 보인 것이라고 이마트 측은 밝히고 있지만 물가상승에다 매출 회복을 위한 대형마트의 폭탄세일식 마케팅을 감안한다면 그리 좋은 성적이 아니다. 후발 주자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롯데마트의 11월 매출증가율도 한풀 꺾였다. 11월 롯데마트 기존점의 매출증가율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상반기 두자릿수의 매출증가율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절반 가까이 매출증가율이 둔화된 수치다. 그나마 잘 나가던 백화점의 성장세도 최근 뚝 꺾였다. 재래시장의 체감경기는 더 나쁘다.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11월 재래시장 상인의 매출과 마진은 전달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패션ㆍ의류업계는 이미 ‘땡처리’가 한창이다. 소비자들이 당장 필요하지 않은 상품의 구매를 뒤로 미루면서 어느 업종보다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 부도업체가 속출하면서 눈물의 고별전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패션ㆍ의류업체들의 실적은 9월 이후 줄줄이 마이너스 행진이다. 9월 롯데백화점에서 남성과 여성의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와 2% 감소한 데 이어 10월에도 6%와 2% 줄어들었다. 이 같은 마이너스 신장은 지난달에도 마찬가지로 남성과 여성의류 매출은 각각 7%와 3.2% 감소하는 등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8월 남녀 의류매출은 두자릿수의 신장률을 보이다가 9월부터 마이너스로 반전됐거나 한자리의 저성장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실적악화로 9월 ‘패션네트’와 ‘트래드클럽&21’ ‘유앤드림’ 등 중견 패션업체들이 잇달아 문을 닫은 데 이어 10월 남성캐주얼 브랜드 ‘필모아’가 부도를 맞았고 11월에는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 ‘원재패션’과 신영어패럴의 중저가 남성복 ‘마렌지오’의 당좌거래가 정지됐다. 또 대광직물의 캐주얼 브랜드 ‘엠볼리’와 우성아이앤씨의 남성패션소품 브랜드 ‘아이핏6’ 등은 최근 판매부진을 이유로 영업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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