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보다 대주주 이익 우선하고 국내시장 안주해선 더 성장못해
판매채널 다원화·특화상품 개발… 이젠 질적 성장전략으로 바꿔야 금융감독원은 올 상반기에만 LIG손해보험과 그린손해보험ㆍ한화손해보험ㆍ흥국화재 등 4개 손해보험사에 대한 검사를 벌여 일부 보험사의 특별이익(리베이트) 제공행위를 적발했다. 이를 계기로 다른 4개의 대형 4개 손보사에 대해서도 특별이익 제공행위를 점검하기 위해 부문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불미스러운 일이 연이어 불거지면서 보험산업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어려울 때 곁에 있는다'는 보험산업의 태생적 의미에 의문을 품게 하는 대목이다. 보험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국내 보험산업이 틀을 깨고 제2의 빅뱅을 그리려면 고객 신뢰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고객보다 대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제한된 국내 시장에 안주해 특정 보험상품에만 치중하는 영업형태는 보험사 스스로 미래성장과 산업발전에 선을 그어버리게 된다는 경고다. ◇무너진 소비자 신뢰 다시 세워야=국내 보험산업이 신뢰를 잃었다는 뜻은 보험사가 사회에 도움을 주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신뢰를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보상기능을 예로 들면 해외에서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상서비스나 상품이 다양하지만 국내 보험산업의 현실은 정반대다. 신상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생보사들이 최근 수년간 출시한 상품 10개 중 7개는 기존 상품을 조금 바꾼 재탕ㆍ삼탕의 복제품이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2008~2010년 연평균 출시된 생보사 신상품은 1,836건이며 이 중 71.4%인 1,310건은 기존 상품의 내용을 일부 변경으로 한 것이다. 새로 발생하는 리스크를 관리하기보다는 경쟁사 상품을 베끼거나 기존 상품에 안주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진익 보험개발원 경영전략실장은 "국가 전체나 금융시스템의 발전에 보험의 기여도가 적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사의 사회적 책임 다해야=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 서울경제신문의 '참보험인 대상' 시상식에서 "소외계층 지원활동을 강화하는 등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보험상품 개발이나 보험 기부 등을 실천방안으로 제시했다. 당국이 사회적 책임을 언급한 것은 보험업권이 정부 복지정책의 파트너로서 사적 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사회적 책임은 보험상품을 통해 나와야 한다. 고령화 대비 상품은 고객의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 같은 지출이 늘어나게 된다. 이럴 경우 일부 상품에서는 적자를 감내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적자를 내지 않으려면 다른 상품의 계약자 몫을 떼어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므로 보험사 스스로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이윤추구에서 벗어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면 공동기금을 갹출하든지, 공동기금 형태로 상품을 운용해야 한다"며 "주식회사 형태가 아닌 상호회사(mutual company)에서 보험기능을 발휘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시도조차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슬람보험인 타카풀(Takaful)의 국내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타카풀은 상호부조와 갹출로 운용되는 이슬람보험으로 불확실성과 이윤 배분 등을 금기시한다. 보험료는 곗돈처럼 계약자 명의의 펀드로 귀속되며 보험사는 대리인 자격으로 보험료를 관리해주는 역할만 수행하므로 투자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온전히 계약자에게 돌아간다. 보험사들이 저출산ㆍ고령화 문제에 대응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세제혜택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기업연금에 401K(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라는 세제혜택을 부여해 기업연금 활성화를 이뤄냈다"고 전했다. 손보협회의 한 관계자는 "고령화 문제에 대비하려면 단품보다 패키지 형태의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며 "의료케어나 신탁업 허용 등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판매채널의 다원화ㆍ특화상품 개발=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설계사 위주의 모집체계 개편 없이는 일류가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설계사가 보험 판매채널 중 가장 저효율ㆍ고비용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판매채널이 방카슈랑스로 집중되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점유율이 해마다 떨어지는 것은 설계사 위주의 구조를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상품의 다양화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국내 보험시장은 일부 단종 보험회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보험회사가 거의 모든 종목을 취급하는 백화점식 영업을 펼치고 있다. 단종 보험사는 IBK연금(연금)과 현대하이카(자동차보험), 서울보증(보증), 코리안리(재보험), DAS(법률비용) 등 4개사에 불과하다. 보험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백화점식 영업은 경쟁격화에 따른 레드오션화뿐만 아니라 틈새시장 개척 등 신시장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손보사의 경우 해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장기보험의 판매 비중이 60%를 훌쩍 넘어선다. 자동차보험을 제외한 일반손해보험의 비중은 10% 미만에 머물고 있다. 미국은 일반손해보험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우리 보험산업은 세계 10위의 규모로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질적 성장에서는 미약하다. 보험계약 유지율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13회차 유지율은 2010년 77.4%에 머물렀다. 미국의 종신보험은 93%에 이른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질적 성장 전략으로 바꾸는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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