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알아보고 대우도 달라졌어요. 지난 주 타이 로열 트로피대회 때만 해도 아시아 팀원 중에서는 세계랭킹이 제일 높으니까 자연스럽게 주장 대접을 하더라구요.” # "새단계 이루는게 재미있어 내년 풀시드권 획득이 목표 美 무대 남아 세계정상 설것"
로열 트로피 대회를 마치고 14일 귀국했다가 16일 미국으로 출국 예정인 양용은(35ㆍ사진)은 15일 잠깐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두 달 사이에 골프 때문에 인생이 변한 사람으로 단연 첫손에 꼽힐만한 이가 그다. 양용은은 지난해 11월 12일 타이거 우즈를 꺾고 유럽투어 HSBC챔피언스에서 우승하며 세계랭킹 77위에서 38위로 껑충 뛰었고 지금(15일 현재)은 랭킹 32위다. 그 랭킹에 따라 출전을 보장 받은 미국PGA투어 대회가 12개. 아시아와 일본, 유럽의 투어 시드를 모두 가졌지만 미국 무대에 주력할 예정인 양용은은 이제 세계 정상을 향한 꿈을 꾸고 있다. 그러나 그는 달라지지 않았다. “잘하려고 하면 꼭 떨리고 불안하더라”면서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를 강조하는 여유가 그대로였다. 투어 카드가 없는 PGA투어의 비회원(Non-member)지만 “계속 미국 무대에 있을 거니까”라며 자신감 넘치는 것도 마찬가지고 “완도 보다 제주도가 훨씬 큰데 최경주 선배 보다 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고 슬쩍 유머 감각에 빗대 자신의 포부를 내비치는 말솜씨도 변함없었다. “초보 운전 때는 잘하려고 잔뜩 긴장하지만 오히려 위험한 반면 운전이 익숙해지면 이쪽 저쪽 다 살피고 음악도 듣고, 전화도 할 수 있다”는 양용은. 한국에서, 일본에서, 또 유럽에서 그것도 우즈를 꺾고 우승하면서 쌓은 풍부한 경험으로 미국 무대도 곧 정복하겠다는 의지가 말 뒤에 숨어 꿈틀거렸다. 2004년 일본 진출 초기만해도 세계랭킹 600위였던 것을 상기시키며 일취월장한 원동력을 물으니 “새로운 단계를 이루는 것이 재미있다”는 답이다. 연습생에서 세미프로골퍼, 다시 PGA프로골퍼, 일본투어선수 등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나름의 목표를 달성하고 인정 받는 것이 즐거웠다는 것. 그의 즐거움을 배가 시키는 것은 가족이다. “9살, 8살, 3살인 아들 삼형제가 나랑 목욕탕 가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며 입이 귀에 걸릴 때는 아들 없는 아버지들이 모두 서러울 정도. 그는 그 아들 3형제랑 아내와 함께 16일 다시 미국으로 간다. 자신의 시즌 첫 대회인 WGC 액센추어 매치 플레이(2월23~26일)까지 “팜스프링스의 집 근처에서 특정한 스승 없이 혼자 연습에 매진할 예정”이라는 양용은은 “잔디의 결이 달라 그린 적응이 PGA투어 적응의 관건”이라며 “내년 풀 시드 확보를 1차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양용은은 일단 최대한 빨리 전년 상금랭킹 150위(약 50만 달러) 수준을 이뤄 매 대회 출전 권을 받는 임시 멤버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또 시즌 말까지 전년 기준 상금랭킹 125위 수준에 들어 내년 풀 시드를 챙기겠다는 복안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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