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영세한 국내 관세사법인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 관련 법을 개정함에 따라 앞으로 ‘김앤장(로펌)’ ‘삼일회계법인(회계펌)’과 같은 초대형 관세법인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정부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원산지’ 규정과 관련한 막대한 신규 업무수요를 창출, 국내 관세법인의 전문ㆍ대형화를 급격히 앞당길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대형 관세법인 기틀 마련=정부는 최근 차관회의를 통과한 관세사법 개정안을 통해 법인 구성원이 출자금 비율만큼만 책임을 지는 ‘유한회사’ 형태의 관세법인 설립을 가능하도록 했다. 무한책임을 지는 기존 ‘합명회사’의 틀이 깨지고 부티크(소형)펌 위주의 업계가 대형펌 중심으로 재편, ‘규모의 경제’로 나아갈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셈이다. 이로 인해 향후 관련 법률시장을 개방하더라도 우리 업체들이 일본ㆍ독일 등의 세계적 관세법인과 대항할 수 있는 ‘기본체력’을 갖출 것을 기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업계의 대형화는 자연스럽게 무역 관련 종합 컨설팅 업무 등 관세사의 활동영역을 더욱 넓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원태 재경부 관세제도과장은 “내년 상반기부터 개정안이 발효되면 오는 2008년 12월까지 관세법인으로 조직변경을 하지 않은 관세사법인은 자동해산하는 것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FTA 효과’ 클 듯=이번 법 개정이 한미 FTA 등 최근 정부가 세계 각국과 적극 추진 중인 개별 FTA와 맞물리면서 정부와 업계는 대형화 추세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FTA에 포함된 수출입 물품의 ‘원산지’ 관련 업무가 크게 늘어나게 되면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실력’ 있는 대형 관세법인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FTA는 체결 당사국끼리 원산지 규정이 확인된 물품에 대해 ‘특혜관세’를 인정하기 때문에 원산지 적용을 받고자 하는 국내 기업들은 예전에 없었던 ‘원산지 증명서’를 따로 작성해야 한다. 원산지 증명서를 처리하는 게 바로 관세법인의 업무다. 특히 FTA 특성상 협정국마다 원산지 인정 관세율이 제각각이어서 FTA 체결 국가가 많아질수록 해당 국가들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의 원산지 컨설팅 수요도 이에 비례해 크게 늘게 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한ㆍ칠레 FTA를 시작으로 올해 한ㆍ싱가포르 FTA가 발효됐다. 또 한미 FTA 협상과 더불어 9월에는 한ㆍ유럽 자유무역연합(EFTA) FTA가 잇따라 시작됐다. 국내 최대 관세사법인인 ‘세인’의 이상규 관세사는 “이미 지금도 관세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물류기업들의 업무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여기에 내년 한미 FTA가 체결되면 기존에는 없었던 원산지 관련 업무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눈높이’ 충족해야=문제는 대형화의 ‘질(質)’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원산지 증명의 경우 해당 물품의 품목ㆍ연도별로 관세율이 다르게 적용된다. 여기에 더해 부가가치 기준, 생산 기준 등에 따라 관세율이 또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국내 수출기업들에 막대한 업무 부담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새롭게 변화하는 수출입 환경 속에서 최대한 관세율을 낮게 적용받아 가격경쟁력을 높이려는 기업들의 서비스 욕구가 지금보다 월등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관세사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는 기업의 ‘눈높이’를 고려하면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업계의 ‘몸집 불리기’와 동시에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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