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 상승이 경제 전반의 물가를 끌어올리는 에그플레이션(Agfiationㆍagriculture+inflation)이 진행되는 가운데 한국의 경우 곡물자급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에서 세 번째로 낮아 앞으로 식량 확보에 큰 고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국제시장에서 고급 밀값이 최근 한 달 반 동안 무려 90%나 폭등하는 등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확산보다 에그플레이션이 가져올 파장이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음식값이 싼 미국의 경우 식품 가격 상승세가 인플레이션을 추월하는 등 향후 1년 안에 위기 상황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8일 삼성경제연구소와 외신 등에 따르면 전세계 국가에서 에그플레이션이 점점 심화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낮은 식량자급률로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이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연은 이날 ‘에그플레이션 시대의 식량 안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도 전세계적인 곡물값 인상으로 에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우선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선물 가격을 보면 대두는 95.8%, 밀은 79.9%, 옥수수는 25%나 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같은 국제 곡물값 상승이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달러 기준 농산물 수입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5.8%나 상승했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12월 국내 제분업계는 밀가루 가격을 24∼34% 올렸으며 이에 따라 농심은 20일부터 라면과 스낵류 가격을 5~15% 인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국수류는 10%대, 제과류도 20% 이상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에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국의 곡물자급률이 너무 낮아 높은 값을 주더라도 식량 확보조차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삼성연 분석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8%(사료용 포함)로 OECD 국가들 중 세 번째로 낮아 주요 곡물 수출국인 호주(280%), 프랑스(191%), 캐나다(164%)는 물론 공업국으로 알려진 독일(126%), 스웨덴(120%)의 근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편 외신에 따르면 투기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국제 곡물값 급등세는 계속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지난 15일 고급 밀 가격은 부셀(27㎏)당 19.88달러로 지난 한 달 반 동안 90%나 폭등했으며 1년 전에 비해 3배나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해 미국 식품 가격은 전년 대비 5% 상승,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1년 내에 위기 상황으로 심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농산물 가격이 치솟으면서 미국 정부와 업계 간의 마찰이 심화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곡물 확보를 놓고 미국과 중동 등 국가 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경원 삼성연 연구위원은 “식량 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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