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내년에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순이익 목표치가 낮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다른 은행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국내외 여건이 만만찮아서다. 이미 예고된 글로벌 경기둔화 외에도 각종 규제 리스크와 불투명한 순이자마진(NIM) 등이 은행의 순이익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든다. 게다가 하이닉스ㆍ현대건설 매각이익 같은 일회성 요인도 소멸됨에 따라 순이익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의 2012년 순이익 전망치는 8조8,569억원에 머물렀다. 이는 2011년 추정치인 9조5,019억원보다 6.79%가량 뒤진 수준. 지주사별로는 우리금융의 순이익이 11.77%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하나금융이 0.45% 감소로 그나마 가장 선방할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 순이익 전망이 불투명한 이유는 무엇보다 대외적 불확실성에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은행권 순이익 추정치는 유럽 재정위기가 부각된 지난 8월 이후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는 연체율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데다 대손비용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규제 리스크도 큰 짐이다. 당장 내년 손익을 훼손할 규제만 해도 ▦담보대출 근저당설정비 부담 ▦연체이자율 하한선 폐지 ▦자동화기기(ATM) 수수료 인하 ▦예금담보대출 가산금리 인하 등이 떠오른다. 예컨대 국민은행은 수수료 및 금리 인하에 따라 1,500억원가량의 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신한은행(1,260억원), 우리은행(1,040억원), 하나은행(660억원) 등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내년 은행권의 대출 성장률이 6~7%로 예상되는데 이는 올해보다도 낮은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수수료와 금리마저 인하되기 때문에 은행의 이익은 줄어들겠지만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은행의 주 업무이자 이자장사 수준을 보여주는 NIM 역시 전망이 밝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는 이미 5차례나 인상됐으며 글로벌 경기가 재차 둔화되면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다. 한국은행은 최근 6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3.25%로 동결한 상태다. 더욱이 대다수 은행들은 내년에 대출 최고금리를 인하할 방침이다. 기업은행은 이미 중소기업대출 최고금리를 인하하기로 했다. 임일성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3ㆍ4분기까지 은행들의 NIM을 보면 이미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내년에는 NIM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NIM이 상승하려면 기준금리 인상이 뒤따라야 하지만 경기상황을 감안할 때 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4대 금융지주는 오는 2012년을 보수적으로 운영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전체적인 자금 수요의 감소와 예대율 규제로 은행들로서는 보수적인 성장정책을 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출 성장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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