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을 위해 대규모 대출이 일어난데다 여신금리 하락의 틈을 타고 주택담보대출까지 늘어나면서 가계 대출이 다시 큰 폭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계속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저금리가 대출을 늘리고 뒤늦은 금리인상이 대출의 부실화로 이어지는 나쁜 그림이 그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은이 9일 내놓은 '5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 대출이 한달 사이에 4조3,708억원이나 늘었다. 지난 4월 1조7,339억원 증가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증가 폭이 한 달 사이에 두 배를 훌쩍 넘는 것이다. 지난달 증가폭은 부동산가격 급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위주로 가계대출이 5조원가량 급증했던 2006년 12월 이후 3년5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은행권의 가계 대출이 이렇게 늘어난 것은 은행권이 우량 대출을 늘리기 위해 나선데다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개인들이 대거 대출에 나서면서 신용대출이 2조7,000억원이나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삼성생명 청약 자금 마련을 위해서만 1조원의 가계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 대출은 3월 3,000억원 증가한 후 4월에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여기에 주택시장이 전반적인 침체를 걷고 있는데도 대출금리가 하락한 틈을 타고 대출이 늘어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지난달 2조3,000억원이나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가계 대출이 이렇게 늘어난 반면 기업 대출은 지난달 2조1,484억원에 그쳐 전달보다 오히려 증가 규모가 줄었다. 대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은행의 손을 덜 빌렸다는 것이다. 은행권 수신의 경우 4월에는 3조4,000억원이 감소했지만 지난달에는 18조6,000억원 급증했다. 은행들이 예대율을 관리하기 위해 정기예금을 통한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이 부분에서만 12조4,000억원이나 증가한데다 시중금리가 낮을 때 미리 자금을 확보하려 하면서 은행채가 2조4,000억원 순발행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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