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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얌체 행보'

예금금리 '왕창'·대출금리 '찔끔' 인하… 잇속 챙기기 비판

우대금리·고객 혜택도 줄여 수익 악화 부담 고객에 전가

한 시중은행 영업점을 방문한 고객이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 /서울경제DB

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빌미로 시중은행의 잇속 챙기기가 노골화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높다.

최근 우대금리 폐지 등으로 예적금 금리를 크게 내리고 있는 반면 대출 금리의 인하폭은 상대적으로 미미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대출금리의 시장금리 반영이 후행적으로 이뤄지고 장기채 등에 연동된 대출 상품이 많이 판매된 데 따른 것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은행들이 예대마진 축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 부담을 고객에게 과도하게 전가하고 있다는 혐의가 짙다는 게 금융계 안팎의 평가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의 수신 상품 금 리인하가 봇물 터지듯 하고 있다.

일반 예적금 상품은 물론이고 수시입출금식 상품도 대상이다. 방식도 기본금리 인하에서부터 우대금리 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해 사실상 금리 혜택을 없애는 것 등으로 다양하다.

금리변경이 신규 가입자에게만 적용되는 일반 금융 상품과 달리 수시입출금식 상품의 금리 인하는 기존 가입자에게도 적용된다. 높은 금리를 준다는 이유로 최근 월급 계좌 등을 바꾼 고객이라면 말짱 도루묵이 된 셈이다. 최근 농협은행의 큰만족실세예금 금리는 기존 연 2.4%에서 연 2.05%로 0.35%포인트 내렸다. 주택청약예금과 주택청약부금도 각각 0.3%포인트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9월부터 수시입출금식 예금과 기업고객 대상 예금 3종의 금리를 인하하기로 했다.

기업AMA통장은 기존 연 1.5~2.2%에서 연 0.3%로, 우리잇통장도 기존 연 2.0%에서 0.3%로 내린다.

한국씨티은행은 정기적금인 '원더풀라이프적금'의 기본금리를 기존 연 2.3%에서 연 1.9%로 0.4%포인트 인하했다. 통상 예금보다 금리 수준이 높은 적금의 기본금리가 연 1%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대표 수신 상품인 '마이심플통장'과 '두드림통장'의 금리도 각각 0.4%포인트, 0.3%포인트 낮아졌다.

우대금리와 고객 혜택 축소도 늘고 있다. 은행들은 우대금리 등은 시장금리와 상관이 없는데도 혜택을 축소해 기본금리 인하 없이도 금리 인하를 유인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초록세상적금' 'NH연금수급자정기예금' 등의, 기업은행은 'IBK9988나눔통장'의 우대금리를 축소했다. 신한은행은 일부 고객의 이체수수료 면제 혜택을 기존 월 30회에서 10회로 줄여버렸다.

특히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하는 시중은행의 움직임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여 고객의 박탈감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대출 금리의 인하는 더디기만 하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대부분 은행이 코픽스 연동 대출의 금리를 고작 0.02~0.09%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해 은행들은 코픽스 하락분이 반영되지 못하는 이유로 주택담보대출 중 혼합금리 대출이 급증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코픽스는 보통 6개월에서 1년짜리의 짧은 변동금리 대출과 연동되지만 최근 은행권에서 판매한 혼합금리 대출은 5년간 고정금리를 유지한 후 변동금리로 전환되기 때문에 금리 변동주기가 긴 금융채나 국고채와 연동된다는 것이다. 혼합금리 대출을 많이 취급한 은행일수록 코픽스 하락분을 반영하기가 어려워지게 된다는 논리다.

또 기존에 많이 판매됐던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연동대출의 경우도 CD 거래가 실종돼 시장금리 흐름과 동떨어진 측면이 있는데다 3개월마다 한번씩 금리가 바뀌어 금리 인하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은행의 금리 인하를 둘러싼 행보는 다분히 이중적이라는 지적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은행들이 유동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금리 운용 여지 폭을 적극 활용해 고객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정부 규제 등과 맞물려 은행들이 낮은 고정금리의 주택담보대출 판매에 혈안이 됐던 것도 예적금 금리 인하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며 "순이자마진(NIM) 회복에 기준금리 인하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고객에게 출혈경쟁의 부담을 떠안긴 측면이 없지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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