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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실물경제가 부진한 가운데 위안화 쇼크가 금융시장까지 덮치며 한국 경제가 충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세월호·메르스 등 연이은 악재에 소비·투자 등 실물경제가 위축되는 가운데서도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중국발 충격에 금융시장이 요동치며 가뜩이나 부진한 수출실적과 기업투자의 주름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에까지 힘이 실리며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자금 이탈도 우려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하하자마자 원화 가치가 급락한 것은 우리 경기가 급속히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11일부터 이틀 연속 단행된 중국의 위안화 절하로 원·달러 환율은 2거래일 만에 달러당 약 28원 급등했다.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코스피는 5개월간 버텼던 2,000선이 무너졌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수출이다. 12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안화 절하로 중국 수출이 늘어나면 대중국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수출에는 긍정적"이라고 낙관론을 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상쇄할 악재가 많다고 지적한다. 권영선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절하로 중국 수출이 늘어나야 하지만 현재 달러화를 빼고 대부분의 통화가 약세이기 때문에 중국 수출만 잘될지 미지수"라며 "우리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 비중도 하락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우리의 대중국 수출 가운데 중간재 비중은 2000년 85%에서 2013년 73%로 낮아졌다.
원화가 위안화 대비 강세를 보이는 점도 중국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우리 수출에는 부정적이다. 원·위안 재정환율은 지난달 31일까지만 해도 위안당 188원5전이었지만 12일 오후3시 현재 181원72전(외환은행 고시 기준)으로 6원78전(3.6%) 하락(원화 강세)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수출경합도는 43.5포인트를 기록(2013년)해 일본(57포인트)과 큰 차이가 없으며 올 들어서도 경합도는 더 높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에 긍정적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이 또한 불투명하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이 올랐다지만 신흥국 환율이 모두 급등하고 있다"며 "실질실효환율은 제자리라는 뜻으로 우리 수출만 좋아질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금융시장이 출렁이며 전 세계 교역량 자체가 줄어들면 우리 수출에 부정적일 수 있다.
기업의 고용과 투자도 찬물을 맞을 수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전까지는 미국 금리인상, 일본 엔화 약세만 주의를 기울이면 됐는데 이제는 중국 리스크까지 신경 써야 해 기업활동 위축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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