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할부금융사를 지원하기 위한 회사채(여전채) 매입규모를 당초 5,0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할부금융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당국과 할부금융업계에 따르면 채권안정펀드에서 매입할 여전채 규모를 당초 5,0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여전채 매입 규모를 1,500억원으로 축소하는 대신 카드채를 3,500억원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초 카드사들은 대주주가 튼튼하고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채안펀드의 채권매입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그러나 카드사들이 “만기를 연장하기도 힘들고 신규 차입은 거의 불가능해 영업을 활성화하려면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요구하자 매입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할부사들은 “1,500억원의 채권 매입은 ‘코끼리 비스켓’ 수준에 불과해 자금난을 덜어주는 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9월 말 현재 할부금융사들의 총 자산은 33조원이고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7조원을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했다. 회사채 발행잔액 17조원의 1%에도 못 미치는 1,500억원으로는 자금사정을 개선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할부금융사 가운데 현재 영업 중인 곳이 18개인 점을 감안하면 업체당 평균 100억원이 안 되는 자금만 지원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은행계 할부사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지원을 요구하면서 할부사들의 몫이 크게 줄었다”며 “업체당 100억원의 자금으로는 아무런 지원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전했다. 할부사들은 내년 2~3월이 자금난이 심화되는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할부금융사 임원은 “가령 자산 2조원인 캐피털사들은 월 상환액이 1,000억원이고 이중 영업회수를 통해 300억~400억원을 상환하고 600억~700억원은 시장을 통해 조달해왔는데 자금줄이 막힌 상황에서 100억원으로는 부족하다”며 “내년 2~3월까지 자금줄이 계속 막힌다면 그 이후에는 정말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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