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모멘텀이 없이 더딘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는 증시에서 내수 중소형주가 날아오르고 있다. 외국인 매도공세에 밀려 대형주가 주춤한 사이 연말을 맞아 펀드수익률 올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기관들이 중소형 개별종목 위주로 매수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달 들어 23일 현재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형주는 3.7%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중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5.3%와 6.6%씩 성큼 올라섰다.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지수는 상승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형주가 주도하는 본격적인 상승장은 펼쳐지지 않고있는 셈이다. 코스피지수가 3포인트가량 하락한 23일에도 중형주는 0.31%, 소형주는 0.61% 오히려 상승해 0.33% 뒷걸음질친 대형주를 따돌렸다. 시장 전문가들은 증시에 뚜렷한 주도업종이나 주도주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데다 외국인이 지난주 말부터 다시 매도세로 돌아서 대형주 ‘팔자’에 나서고 있어 중소형 종목장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내달 트리플위칭데이(지수선물ㆍ지수옵션ㆍ개별옵션 동시만기일)를 앞두고 3조7,000억원까지 누적된 프로그램 매매의 매수차익잔고가 청산될 경우 주가 타격 역시 대형주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성진경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증시에서는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 수출주보다는 내수주, 금융업종보다는 제조업종이 강세를 보이면서 화학ㆍ철강ㆍ종이ㆍ비금속ㆍ음식료ㆍ제약ㆍ전기가스 등의 업종이 시장흐름과 부합한다”며 대한유화ㆍ서흥캅셀ㆍKG케미칼ㆍ남선알미늄ㆍ아세아제지ㆍ샘표식품ㆍ두산ㆍ오리엔트바이오ㆍ부산산업ㆍ부산도시가스 등을 상승세가 두드러진 관련 종목으로 꼽았다. 실제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상한가를 기록한 대한은박지를 비롯해 KG케미칼ㆍ부산산업ㆍ대한제분ㆍ두산ㆍ신대양제지 등 내수제조 중소형주들이 대거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며 약진했다. 민상일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도 “연초 대비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3% 정도에 불과해 수익률에 목마른 기관들이 연말 수익률 게임에 나서면서 중소형 종목에서 기회를 찾으려 하고 있다”며 “연말까지는 개별 종목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중소형주가 전반적으로 오른 지난해 연말과 달리 투자자들이 개별 종목으로 수익을 올리기는 한층 어려워진 상황인 만큼 종목 고르기에는 각별히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일회성 테마로 ‘반짝’ 오른 종목이나 검증되지 않은 기대감에 의존하는 투자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민 애널리스트는 “연말 장세에는 내년의 실적 모멘텀이나 장기적인 테마 형성 가능성이 있는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장하성펀드 투자로 관심이 쏠리는 자산재평가주나 내년 실적개선주 등은 당장 가격이 부담스러운 수준이어도 추가 상승할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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