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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올 국내 주식투자 10조 늘린다

12월부터 대형주 중심 1조 이상 순매수 행진<br>"1분기 이후 본격 투자 확대"… 배당·가치주 관심


외국인이 새해 들어서도 '사자'와 '팔자'의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면서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연기금의 투자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연기금이 순매수 규모를 대거 줄이면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만큼 올해는 연기금의 활약 여부가 국내 증시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올해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의 주식 매수 여력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기금이 보유 비중을 높이는 배당주와 가치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본격적인 순매수세로 돌아선 지난해 12월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조3,83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는 전년 동기(2013년 12월~2014년 1월12일)와 비교해 22.2% 늘어난 규모다. 또 2년 전 같은 기간의 순매수 금액(7,381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특히 외국인(-856억원), 기관(-52억원), 개인(-46억원) 모두 순매도하며 코스피지수가 전일 대비 0.19% 하락한 1,920.95로 마감한 이날도 연기금은 홀로 48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연기금은 지난해 12월부터 삼성전자(005930)(4,099억원), 삼성SDS(2,476억원), 제일모직(028260)(2,162억원) 등 삼성그룹주를 비롯해 KCC(002380)(892억원), LG디스플레이(034220)(780억원), 현대차(005380)(615억원)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대형주들을 집중 매수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로 시야를 넓혀보면 국내 증시에 대한 연기금의 씀씀이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2012년 4조445억원에서 2013년 10조1,939억원으로 1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했던 연기금의 순매수 규모가 지난해 5조1,439억원으로 다시 반 토막 났기 때문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지난해 연기금의 순매수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은 유가급락으로 대형주들의 변동성이 커진데다 정부의 배당정책도 사실상 연말부터 본격화됐기 때문"이라며 "올해는 유가와 환율 등 거시변수가 안정화되고 기업들의 배당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연기금의 주식 편입 비중도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투자환경이 채권투자만으로는 수익률을 높이기 힘들기 때문에 연기금도 위험자산 투자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 정책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맞춰 이르면 다음달이나 1·4분기 이후부터 연기금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연금의 경우 올해 국내 주식 투자금액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국내 주식 비중은 10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금액은 84조8,000억원가량이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의 순매수 확대에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한 것은 국민연금"이라며 "올해 국내 주식의 투자 비중이 20%라고 가정했을 때 운용자산 증가에 따라 약 9조3,000억원이 국내 주식에 추가로 집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무원연금도 올해 국내 주식의 목표 비중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27%로 정했다. 운용자산이 4조3,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될 자금은 1조1,6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직접 운용하는 자산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투자하고 간접 운용 자산은 플러스 알파 수익을 내기 위한 주식에 집중 투자한다. 올해 공무원연금이 눈여겨보는 분야는 중소형주와 배당주다. 최영권 공무원연금 자금운용단장(CIO)은 "중소형주는 지난해 수익률이 좋았기 때문에 간접 운용 부분에서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며 "배당주도 관심이 많지만 배당수익률이 실질적으로 올라야 더 많이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학연금도 올해 국내 주식 투자를 확대한다. 사학연금 관계자는 "국내 주식 비중은 전년과 동일한 25% 수준이지만 전체 기금 규모가 커지면서 올해 국내 증시에 추가로 2,7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연기금의 핵심 투자폴리오로 배당과 성숙산업을 꼽았다. 국민연금은 배당주, 가치주, 사회책임투자 지수 사업자를 선정한다고 밝힌 바 있어 이 분야에 투자금액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김용구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보유 비중과 사내 유보율이 높은 종목 가운데 성장성이 둔화되고 배당압력을 많이 받는 기업이 우선 타깃이 될 것"이라며 삼성·현대차·롯데그룹 계열사들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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