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중단됐던 국내 은행들의 해외진출이 다시금 기지개를 켜고 있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소 완화되자 2~3년 전부터 추진해온 해외 현지법인이나 사무소 설립 카드를 다시 꺼내 후속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연내 인도와 말레이시아 사무소를 현지 지점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인도의 경우 조만간 한국ㆍ인도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앞두고 있어 지점 전환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배인환 우리은행 인도 사무소장은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공장 등이 들어선 인도 첸나이 지역의 시장 및 영업환경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며 "뉴델리나 뭄바이보다는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들이 많아 영업에 적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말레이시아 사무소도 오는 2010년까지 현지 법인으로 바꿀 계획이다. 지난 5월 말레이시아 정부가 '금융개혁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5개 상업은행에 신규 인가를 내주기로 해 지점 전환에 물꼬가 트였기 때문이다. 한ㆍ말레이시아 수교 50주년을 앞두고 있는 점도 법인 설립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박경훈 우리은행 말레이시아 사무소장은 "국내은행 최초로 말레이시아 지점 설립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며 "양국 수교 50주년을 계기로 법인 설립 요건 완화를 건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이밖에 미국ㆍ인도네시아 등 수익성이나 시장 이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시장상황을 봐가며 현지 은행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계획이다. 외환은행은 15일 중국감독당국으로부터 법인 설립 내인가를 획득했다. 이에 따라 연내 중국 현지법인 설립이 가능해졌다. 중국 현지법인은 톈진시에 본점을 두고 현재 중국 내 4개 영업점과 출장소를 법인 소속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기업은행도 최근 중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중국 5개 지역 내 지점들을 현지법인인 중국유한공사로 전환하는 본인가를 받아 업무를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이달 중 일본 내 3개 지점들을 현지법인으로 전환하는 본인가를 받아 9월에 출범시킬 계획이다. 또 연내 베트남 호찌민 지점을 현지법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앞서 캐나다와 카자흐스탄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영업을 개시했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존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전략에 따라 현지법인을 설립해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현지에서 소매영업을 주력해 인지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아직 남아 있어 은행들이 새로운 해외진출전략을 적극 추진하기는 쉽지 않지만 앞으로의 시장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을 전제로 해외진출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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