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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Watch] 동심 잡으면 가족고객은 덤… 유통가 'VIK 마케팅' 열풍

백화점·패션·호텔업계 등 어린이문화센터·공원 마련

미래 잠재고객 확보 나서


지난달 31일 오전9시 서울 양천구의 맥도날드 신월점. 평소라면 한산한 시간대이지만 햄버거를 사려는 부모와 아이가 몰리면서 매장 밖에까지 200여명이 늘어섰다. 매장 안에서는 원하는 경품 장난감을 달라는 고객과 점원 사이에 실랑이가 연신 이어졌다. 이날 맥도날드는 7세 이하 어린이를 대동한 부모에게 어린이 세트 '해피밀'을 무료 증정하는 '해피밀 데이' 행사를 전국 매장에서 진행했다. 선착순 100명만 행운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행사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순식간에 마감됐다.

아이가 쇼핑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VIK(Very Important Kids) 마케팅'이 유통업계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경제력을 갖춘 고객을 대상으로 고가 상품을 판매하는 'VIP 마케팅'이 일반화되고 있는 가운데 아이들의 동심을 자극해 가족단위 고객을 확보함과 동시에 미래 잠재고객인 어린이를 일찌감치 포섭하기 위한 유인 마케팅이 업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VIK 마케팅은 영유아 용품을 주력으로 하는 'VIB(Very Important Baby)'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마케팅 기법이다. '유기농·프리미엄·한정판'에 국한되는 VIB 마케팅의 경우 수명이 짧은 반면 VIK는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색다른 콘텐츠와 추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아이가 부모의 지갑을 여는 주체라는 점이 핵심이다.



VIK 마케팅은 유통업계 전반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백화점은 어린이를 위한 문화센터와 놀이공원을 앞다퉈 마련하고 대형마트는 완구와 애완동물 매장에 공을 들인다. 패션업계는 어른 옷과 아이 옷을 동시에 내놓고 '커플룩'이 아닌 '패밀리룩'을 광고 전면에 내건다. 스포츠 브랜드는 축구교실을 열어 부모와 아이의 행복한 순간을 부각시키고 호텔 업계는 어린이 멤버십을 만들어 일찌감치 추억을 안긴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기불황이 지속될수록 자신에게 돈을 쓰는 데는 일종의 죄책감을 느끼지만 내 아이와 조카에게는 미래에 대한 투자의 일환으로 아낌없이 투자하게 된다"며 "내가 소비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품과 서비스를 아이에게 투영해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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