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 발전 견인차" 부푼꿈<br>BT산업 위한 실험용 원숭이 시설 갈수록 중요<br>최신식 연구·검역·사육동 등 갖춰 오창에 새둥지<br>"신약개발·이종장기·줄기세포 연구 등 측면 지원"
| 국가영장류센터의 한 연구원이 관리중인 원숭이를 건강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
|
| 세계 최초로 유리를 입힌 글라스하우스 형태의 영장류 사육동. 햇볕 아래 영장류들이 최상의 건강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
|
우리나라에서 원숭이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어딜까. 서울대공원은 아니고, 바로 충청북도 청원군 오창에 위치한 국가영장류센터다.
국가영장류센터가 가지고 있는 원숭이는 물론, 생명공학(BT) 산업을 위한 연구용 원숭이다. 센터에는 현재 히말라야원숭이 30마리, 사바나원숭이 24마리, 필리핀원숭이 20마리 등 모두 3종 74마리가 있다. 센터는 오는 2008년까지 비단원숭이ㆍ개코원숭이 등 2종을 추가해 모두 5종 300마리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 7일 준공식을 치룬 국가영장류센터는 마치 새집으로 이사를 온 후 집들이 하는 것처럼 16일 기자를 맞았다. 대전 생명공학연구원에 있었던 오래된 ‘전셋집’을 벗어나 한국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오창에서 독립 건물을 얻었다.
국가영장류센터가 이곳 오창에 제자리를 잡기까지는 20년이라는 세월을 필요로 했다 한다. 국내 영장류센터의 시초를 따지면 86년 서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쥐 등 실험동물시설로까지 올라간다.
95년 무균(SPF)동물 대량생산시설이 대전 생명과학연구원에 세워졌고 마침내 99년에야 SPF 원숭이를 도입해 실질적인 영장류센터로 거듭났다. 이번에 마침내 오창과학단지내에 초현대식 시설로 확장개업한 셈이다.
국가영장류센터의 중요성은 BT 분야에서 영장류 실험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된다.
영장류 실험동물이 각광 받고 있는 것은 효율성 때문이다. 원숭이는 유전적으로 인간과 98% 동일하기 때문에 실험용 쥐의 100분의1 정도면 충분히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신약이나 백신은 쥐나 토끼 등 작은 동물로 실험을 한 다음 최후 임상과정은 반드시 영장류를 거친다.
영장류는 줄기세포ㆍ장기이식ㆍ독성실험 분야에서도 효과가 크다. 다른 동물에서 종종 발생하는 각종 부작용도 거의 없고 실패율도 훨씬 떨어진다. 최근 BT 연구가 활발한 우리나라에서 영장류 실험동물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특히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팀이 진행중인 줄기세포 연구와 무균돼지를 이용한 이종장기 생산은 반드시 영장류 실험을 필요하다. 국가영장류센터가 제 기능을 발휘할수록 난치병 정복이 가까워지는 셈이다.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원숭이 실험은 각광을 받고 있다. 원숭이를 위한 동물행동연구가 그것이다 영장류센터는 서울대 사회학과와 공동연구를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영장류시설면에서 아직 우리나라는 걸음마 단계다. 미국의 경우 국가주도로 8개, 일본은 2개, 독일ㆍ프랑스가 각각 한 개씩의 영장류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센터당 2,000마리 이상의 양질의 원숭이 등 영장류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오창의 국가영장류센터는 시설면에서는 세계최고 수준이다. 1만여평의 부지에 연건평 1,500여평의 규모로 기초연구동, 검역동 및 2개의 사육동 등 4개의 독립된 건물이 서있다.
특히 사육동에서는 실험용 원숭이가 외부와 완전히 격리돼 무균상태로 관리됨은 물론 최초로 글라스하우스 형태로 도입, 영장류가 실내에서도 태양볕을 쬐면서 건강상태를 최상의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했다.
이는 지난 4월 대전 생명공학연구원 영장류시설에서의 원숭이 때죽음 사건의 교훈으로 말미암은 바 크다. 당시 누전에 따른 야간 정전으로 관리 중이던 원숭이 99마리가 집단폐사했다.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각오로 이번 국가영장류센터는 최신식 시설과 관리ㆍ연구원의 질적 향상을 이뤘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당시 사고가 오히려 약이 됐다는 평가다 그동안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던 실험동물이나 영장류센터의 중요성이 일반에게 알려지고 시설이나 운영의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영장류 관리는 여간 까다롭지 않다. 원숭이가 사람과 비슷한 행동 패턴을 보이는 데다가 훨씬 더 환경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센터에 있는 관리자는 크게 연구원과 전문사육사, 시설관리사, 수의사 등으로 나뉘는 데 한쪽만 잘못해도 전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가영장류센터에는 현재 22명이 근무하고 있다. 원숭이 마리수의 확충과 함께 증원될 예정이다.
장규태 국가영장류센터장은 “영장류센터는 국가 생명공학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전임상 연구시설”이라며 “신약개발, 이종장기 및 줄기세포 연구 등을 수행하면서 국민 건강 증진과 우리나라의 생명산업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