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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사태'는 결국 승자 없는 상처만 남겼다.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은 물론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모두 이사회 결과와는 무관하게 치유하기 힘든 치명상을 입었다. 금융계에서는 "이사회 결과와 무관하게 신 사장에 대한 대출비리 혐의는 검찰 몫으로 넘어갔으며 라 회장 역시 금감원의 정밀조사 대상에 올라 법 절차 및 당국의 절차를 피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며 "이사회가 신한사태의 1막이라면 검찰 및 금융 당국의 본격적인 조사는 2막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날 서울 태평로 본사에서 12명의 이사진이 전원참석(화상회의 참석 포함)한 가운데 신 사장의 대출 관련 배임 및 이희건 명예회장의 고문료 횡령의혹 문제를 다뤘다. 이사회에는 해당 의혹과 관련해 신 사장을 검찰에 고소한 라 회장, 이 행장 측과 피고소인인 신 사장이 각각 사내이사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들은 변호인ㆍ참조인 등을 대동해 이번 사태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소명했다. 라 회장 측은 이사회에서 신 사장의 대표이사직 해임 혹은 직무정지를 포함한 퇴진을 거듭 주장했고 신 사장은 무고한 음해라고 호소하며 해임안 등의 상정에 반대했다. 이사진 역시 주장이 엇갈리는 등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 사장 측은 이날 횡령 의혹을 사고 있는 문제의 고문료에 라 회장도 관계돼 있다는 주장을 폈다. 신 사장 측 참조인으로 이사회에 참석한 이정원 신한데이타시스템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15억원의 고문료에는 라 회장 관련 용도도 있다"며 "라 회장도 사용했다는 증거자료들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고문료에 대해 "(이 명예회장 등) 어른들에게 용돈처럼 드리면 그분들이 너희(경영진)이 알아서 쓰라고 맡기는 돈"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신한은행 노조는 "검찰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확인되지 않은 혐의만으로 신 사장을 해임하거나 직무정지시켜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한편 신 사장은 이날 이사회 결정과 관계없이 상임이사직을 유지하게 된다. 신한금융지주는 신 사장의 상임이사직 해임안을 처리하기 위해 별도의 임시 주주총회를 열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신 사장의 최종 거취는 이르면 다음달 중 발표될 검찰 수사 결과에 근거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탈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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