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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 플럭스, 테론의 액션 연기는 볼만
입력2006-06-25 15:43:29
수정
2006.06.25 15:43:29
식상한 스토리 설정·완성도 떨어져
‘이온 플럭스’는 ‘툼레이더’‘언더월드’ 이후로 꾸준히 등장해온 여성액션영화 계보를 잇는 영화다. 액션의 객체였던 여성을 액션의 주체로 설정해 기존 남성 영웅영화에 식상한 관객들을 끌어들이자는 것이 이들 영화의 전략. 눈길을 끌 수 밖에 없는 여주인공들의 착 달라붙은 의상은 남성관객들을 위한 보너스다. ‘이온 플럭스’도 선배영화들과 마찬가지의 길을 걷는다.
영화는 한국인 애니메이터 피터 정의 1995년작 인기 애니메이션 ‘이온 플럭스’가 원작. 원작 애니메이션은 MTV 방영 당시 미래사회에 대한 암울한 비전과 독특한 스타일을 앞세워 큰 인기를 끌었다. 바이러스 창궐로 지구 인구의 99%가 사망한 2415년을 무대로 전체주의 이상도시 ‘브레그나’의 지도자 트레버 굿차일드(마튼 초카스)와 저항군 ‘모니칸’의 여전사 이온 플럭스(샤를리즈 테론)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10년 전 나온 원작의 설정과 스타일을 21세기에 맞게 재해석하지 않고 그대로 화면에 담는 안전한 선택을 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2006년 만나는 ‘이온 플럭스’는 너무나 낡아 보인다. 바이러스로 인한 인류의 멸망, 통제사회, 인간복제, 가상현실 등의 설정은 이미 ‘매트릭스’‘아일랜드’ 등에서 익히 보아온 것. 원작이 나왔던 20세기말에는 혁신적이었을지 몰라도 21세기 초에는 너무나 식상한 설정이다.
불행하게도 영화는 이러한 식상함을 보완할 만한 이야기의 완성도도 보여주지 못한다. 선과 악, 정의와 불의의 경계를 무시하는 원작의 아나키스트적 면모를 영화에서 느끼기는 힘들다. 대신 영화는 선과 악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할리우드적 정서를 담았다. 때문에 포스트모던한 철학을 덧입힌 영화의 대사들은 의미심장하기보다는 부담스럽게 들린다. ‘매트릭스’ 같은 철학적 SF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는 부분이다.
여주인공 샤를리즈 테론만은 이 영화의 볼거리. ‘몬스터’를 통해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샤를리즈 테론은 가녀린 몸매에 어울리지 않는 아크로바틱한 액션을 러닝타임 내내 보여준다. 하지만 헐렁하고 느슨한 이야기 전개와 낡은 설정 덕분에 테론의 이런 고생은 어느새 묻혀버린다. 기억에 남는 것은 오직 테론의 ‘착 달라붙는 의상’뿐이다. 6월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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